보그 靑 패션 화보 논란에 문화재청 “이용 규정 궁ㆍ능 이상으로 강화하겠다”

- 보그 패션 화보, 촬영 당일에야 허가 이루어졌다… 청와대 이용 규정 미흡 논란
-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 저해할 가능성 있는지 제대로 살펴야
-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 “향후 청와대에서의 촬영 및 이용 허가 기준 엄격히 할 것”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08.30 18:31 의견 0
(청와대에서 촬영된 보그 화보. 제공=보그코리아)

패션지 ‘보그코리아’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제목의 화보를 공개했다. 문화재청과 협업해 촬영된 해당 화보에는 청와대 본관, 영빈관, 상춘관, 녹지원 등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청와대에서 촬영된 보그 화보. 제공=보그코리아)
(일본 디자이너 류노스케 오카자키가 디자인한 의상이 포함된 보그 화보. 제공=보그코리아)

보그코리아, 청와대 역사성ㆍ정체성 훼손 논란

보그는 해당 화보의 기획 취지에 대해 한복과 청와대를 함께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빈관에서 한복을 입고 누운 모델의 포즈가 ‘기생’을 연상시킨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일본의 아방가르드 대표 디자이너 류노스케 오카자키가 디자인한 의상이 포함되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청와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시켰는 지적이 잇따랐다.

화보를 본 누리꾼들은 “한복을 알리기 위해 찍었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모델들이 입은 의상은 한복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한복 연구가 박술녀 디자이너는 “서양 드레스에다가 우리나라 꽃신 하나만 신으면 그게 한복인가”라며 “상징적이고 세계 사람들이 바라보고 관심 갖는 그 장소에서 그런 옷을 찍은 것이 좀 아쉽고,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는 말을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보그 코리아가 지난 6월 제정된 ‘촬영 5일 전 신청ㆍ2일 전 허가’를 골자로 한 청와대 촬영 허가 규정과 달리 규정을 위반해 촬영 당일에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화보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비공개 처리되었다.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 제공=국회사진기자단)

이병훈 민주당 의원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 저해할 가능성 있는지 살펴야”

25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보그 화보에 대한 문화재청의 관리 소홀이 화두에 올랐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권역 장소 사용 허가 기준으로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영리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이 있는데 (보그 코리아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초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의 청와대 상업적 이용 논란을 언급하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철학과 계획 없이 청와대 개방을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응천 문화재청장. 제공=연합뉴스)

최응천 문화재청장 “관람 및 이용 규정 시정하고 보완하겠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보그코리아의 화보 촬영 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통령실에 보고했느냐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청와대에서의) 촬영에 대해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고 촬영 여부와 일자를 협의한다. 허가 기준은 세밀하게 규정이 안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홍익표 문화체육관광부 위원장 또한 “궁ㆍ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촬영 허가 기준이 있고, 이 기준에 적합해야 촬영을 허가하며 또 촬영 현장을 감독하게 되어 있는데 청와대의 경우 그런 규정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청장은 “청와대 관람 규정은 개방에 맞춰서 지난 6월 제정이 돼 세부 보완이 필요한 상태”라며 “관람 및 이용 규정을 궁ㆍ능 이상으로 강화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보그코리아 화보 촬영이) 청와대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인가와 그 효과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우려에 대하여 문화재청 청와대개방추진단은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향후 청와대에서의 촬영 및 장소사용 허가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다 면밀히 검토해 열린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 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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