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히잡 의문사’로 반정부 시위 촉발.. 분노한 이란 국민들

-미국, 유럽 등 타국에서도 연대 시위 진행
-물러설 생각 없는 이란 정부.. 거세지는 무력 진압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09.30 12:23 의견 0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시위 모습 (사진 제공 = AP)

지난 13일 이란 20대 여성 아미니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당하고 사흘 뒤인 16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누적된 불만이 터지며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었다. 이란 전역의 31개주 80여개 도시에서 24일(현지시간) 여성은 물론 남성, 노동자, 부유층 등 누구나 할 것 없이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세계 각지에서도 벌어지는 연대 시위

중동지역을 포함한 타국에서도 이란 국민과 연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24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이란을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미국에서는 이란계 미국인을 주축으로 23일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캘리포니아 UC버클리에서 각각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진행되었다. 이란 출신 이민자가 많은 튀르키예에서는 이민자 300여 명이 21일 이스탄불 주재 이란 영사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히잡을 불태우던 전 세계 여성들은 이제는 공개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며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이슬람 공화국에서 머리카락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숨겨야 하는데, 이를 잘라냄으로서 이러한 관습에 대한 해방과 저항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인들은 여성의 자유와 안전, 평화를 기원하며 이란 여성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진행된 시위 모습 (사진 제공=AFP)

'폭동'으로 취급하는 이란 정부에 굴복하지 않는 여성들

이란 당국은 해당 시위를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시위대와 활동가, 언론인 등을 체포하여 총탄으로 강경 진압했다. 이러한 탄압으로 시위가 시작된 17일 이후 경찰을 포함하여 최소 41명이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은 전했다.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은 희생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던지고 창문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도 목격되었다. 일부 시위는 쿠르드 세력에 의해 일어났다고 주장하며 국경 밖에 있는 이라크 쿠르드 지역까지 폭격을 행하여 최소 9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란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 안위가 위태로워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 연결과 SNS 접속까지 제한했다. 이란 정보부는 국민들에게 “반정부 세력이 조직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란 정부의 진압 방식은 전세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의 강경대응에 사상자가 많아지면서 시민들은 소규모, 개별적 집회로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테헤란 외곽에서 히잡을 휘두르거나 옥상에서 반 정부 구호를 외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시위는 별다른 주도자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젊은 여성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채원 기자 (에디터 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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