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最古) 신약 필사본…105년만에 ‘제 주인’ 그리스 품으로

- 에이코시포이니사 필사본,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약 복음서 필사본 중 하나
- 1차 세계대전 당시 불가리아에 약탈…105년만에 제자리로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10.06 03:34 의견 0
1차 세계대전 당시 약탈된 1천년 전 성경 필사본
(제공 = 미국 성경박물관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DC의 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기독교 성경 필사본이 원래 주인인 그리스의 수도원으로 반환됐다. AP 통신과 CNN 방송 등 외신은 현지시각 10월 1일 이 사실을 보도했다.

그리스 코시니차 수도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행사에 미국 그리스 정교회 수장인 엘피도포로스 대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DC의 성경박물관에서 돌려받은 해당 필사본을 공개했다.

미국 성경박물관과 정교회 미국 대교구 등 설명에 따르면 ‘에이코시포이니사 220번 필사본’으로 명명된 이 문서는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신약 복음서 필사본 중 하나로, 10세기 후반에서 11세기 초반쯤 이탈리아 남부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4∼15세기쯤 테오토코스 에이코시포이니사 수도원으로도 불리는 그리스의 코시니차 수도원으로 옮겨져 보관돼왔으며,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당시 그리스를 침공한 불가리아 군대가 이 수도원에서 431개의 필사본을 약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이 필사본을 한 개인 수집가가 경매가로 사들였으며, 이를 2014년 미국 성경박물관에 기증했다. 이후 정교회가 성경박물관에 이 문서를 돌려달라고 요청하자 미국 성경박물관은 자체 연구를 진행한 끝에 과거 약탈 사실을 확인해 2020년 정교회 수장 바르톨로메오스 1세에게 반환 의사를 전달했다.

반환 의사를 전달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최초 도난 시점으로부터 10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실제 전달이 이뤄졌다. 엘피도포로스 대주교는 반환 행사에서 “부당한 역사가 바로잡혔다”고 말하며 박물관 측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8세기에 지어진 그리스 코시니차 수도원은 1943년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 편에서 싸웠던 불가리아 점령군의 손에 불탔으며, 전후 재건돼 현재는 수녀원으로 운영되고 있음. 그리스가 1917년 약탈당한 필사본의 상당수는 여전히 불가리아에 남아있거나 행방불명인 상태이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 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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