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온택트 시대의 국내 온라인 수업
2020년 1월 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며 일상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의 일상화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넘어 온라인 상에서 소통하는 온택트(Ontact, Online+Untact) 시대로 뻗어 나갔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장기간 지속되며, 이러한 변화는 뉴노멀(New Normal), 즉 과거와는 다른 코로나 시대의 생활환경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온택트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집, 카페, 도서관, 스터디 룸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은 일상생활 속 흔한 풍경이 되었다.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2021년에 이루어진 코로나 19로 인한 인터넷 이용자 행태변화 및 불안요인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 및 재택근무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61.4%를 차지했다. 더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보조수단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코로나 종식 이후 온라인 강의 병행 계획에 관해서도 90%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 교육의 미래로 떠오르는 미네르바 스쿨
온라인 교육의 지속적 활용법 모색에 대한 논의는 동시에 온라인 교육의 질 개선 방향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실제로, 알바천국에서 실시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면수업 찬성의 근거 중 강의 품질 회복과 수업 효율성 증대가 각각 43.1%와 22.1%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국내 비대면 수업에 관한 부정적 여론은 온라인 강의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으며, 원격 수업의 성공 모델로 언급되는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미네르바 스쿨은 무엇인가?
2) 미네르바 스쿨이란?
한국에서 하버드대보다 입학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알려진 미네르바 스쿨은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Ben Nelson)이 KGI(미국 대학 연합체, Keck Graduate Institute)의 인가를 받아 2010년 설립한 대학교이다. 2014년 28명의 신입생을 받았으나, 현재에는 매해 200명의 신입생을 받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2020년 가을학기 전형에서는 전세계 180개 국에서 2만 5000여명이 지원하여 200명 만이 합격하는 0.8%의 합격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하버드의 2020년 합격률 5.6%와 비교되며,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미네르바 스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의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한 온라인 교실
미네르바 스쿨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온라인 강의임에도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강의는 일방적, 혹은 녹화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실시간 토론식 세미나 형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강의 방식은 온라인 교육플랫폼 ‘포럼’이라는 미네르바 스쿨의 고유 교육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포럼은 수업 중 학생의 발표 빈도와 길이를 실시간 체크함으로써 참여 정도에 따라 교수의 모니터에 색깔로 구분돼 표시한다. 그후, 교수가 발표를 많이 하지 않는 학생을 바로 파악해 그 학생에게 질문해 참여를 유도한다. 교수가 토론 주제를 알려주면 학생들은 버튼 하나로 본인의 의견을 표시하고, 팀이 된 학생들은 온라인 협업 도구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며 학생의 능동적인 학습을 통한 고차원적인 이해를 자극한다.
미네르바 스쿨 아시아담당 이사인 켄 로스 씨는 “포럼은 능동적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고 미네르바의 성공적인 교육의 바탕에는 비판적이며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협동적 인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미네르바 스쿨의 철학에 따라 만들어진 통합적 교육을 추구하는 교육 과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대신 7개 도시에 설립된 기숙사
미네르바 스쿨은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는 미네르바 스쿨이 일반적인 사이버대학의 형태를 지닌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미네르바 스쿨은 대학 캠퍼스가 별도로 존재하진 않으나, 대학의 유일한 오프라인 건물인 기숙사가 전 세계 7개 도시에 퍼져 있다.
한국대학신문의 미네르바 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과의 인터뷰에서는 “마음대로 나라를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학년 1학기 때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서울, 하이데라바드,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타이베이에서 공부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각 나라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LBA(Location Based Assignment)라는 지역기반 과제와 시빅 프로젝트(Civic Project)라는 산학협력은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단순 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더 나아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성 속에서 응용력과 융합적 사고를 기르도록 한다.
3) 한국의 미네르바 스쿨 사례
미네르바 스쿨의 기존 교육방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학습문화는 한국의 교육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유사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23년 개교 예정인 ‘태재대학’이다. 미네르바 스쿨의 운영방식과 유사하게 신입생은 200명가량의 소수정예로, 교수 한 사람 당 맡는 학생 수를 줄이며 상호작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대학 강의를 비롯하여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렉터스(LECTUS)이다. 렉터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3D 프린팅과 VR/AR 교육의 기반이 되는 3D 분야 관련 전문 강의들을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제공한다.
실제 프로젝트에 활용도가 높은 실무 위주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함과 동시에, 온라인 교육에 대한 부가적인 질의응답을 위한 학습지원 게시판을 통해 강사진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워크샵과 세미나를 통해 온라인 교육 이후 실제 체험이 필요하거나 장비 운영이 필요한 VR, AR, 3D 프린팅과 같은 특수 분야는 오프라인 연계 교육이 제공된다. 더불어 즐거운 창작문화 형성에 기여하고자 매년 저명한 현업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초청하여 영감을 나누는 ‘렉터스 디자인 포럼’을 개최함으로써 작품을 주고받으며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네르바 스쿨과 유사하다.
외에도 기존 한국의 교육방식이 지닌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인 지식 공유가 이루어지는 방식에서 양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한 방식이 대학 곳곳에서 도입되는 경향 또한 보이는데, 한양대학교는 직접 개발한 텔레프레전스(Telepresense) 기반의 하이-라이브(Hi-Live) 시스템으로 핵심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강의를 위해 성균관대학교는 ‘차세대 아이 캠퍼스’, UNIST는 ‘해동라운지’를 구축했다. 이외의 학교도 화상회의 앱은 ‘Zoom’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 온택트 시대 한국 교육의 미래
한국교육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네르바 스쿨 재학생은 학교에 대해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이 ‘더 나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한국 교육 방식이 맞는 학생들도 있다. 미네르바는 현재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네르바 스쿨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도 중인 온라인 교육의 문제점을 제대로 된 파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온라인 수업 방식을 병행한 미네르바 스쿨의 사례는, 반강제적으로 온·오프라인 강의 방식을 병행하게 된 한국 교육의 실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다고 무조건 성공한다고 보기 힘들다. 위의 사례들과 같이 한국의 경우와 맞는 온라인 교육이 필요하다.
김선경 기자(메이커스 저널 서포터즈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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