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ㆍ삼성 “기본 패키지에 유선 이어폰과 충전기 제공하지 않겠다”… 거센 소비자 반발

- 환경보호 차원의 결정? “충전 단자 규격 통일부터”
- 원가절감이 목적이라는 지적
- 유럽연합(EU), “모든 모바일 기기 충전 단자 표준화하라”… 애플 강한 반발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09.15 10:37 의견 0

애플, 삼성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기본 패키지에 유선 이어폰과 충전 어댑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두고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환경보호 차원이라는 이유를 앞세웠지만 원가절감을 통한 이익 창출의 목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기업들은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를 봤지만, 휴대폰 기기값은 그대로거나 더 오르는 추세로 나타나 부당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각 기업들이 무선 이어폰, 무선 충전기 등을 잇따라 내놓은 만큼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도 분석했다. 애플의 무선 충전기인 ‘맥세이프’의 판매가는 5만 5천원, 삼성 무선 충전기의 판매가는 제품에 따라 3만원대에서 9만원대까지 달한다.

(애플 로고. 제공=Apple)

애플

애플은 지난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며 충전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충전 케이블은 제공됐는데 이마저도 충전 어댑터에 휴대용저장장치(USB)-C 타입으로 연결되는 라이트닝 케이블이었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아이폰’ 구성품에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약 50억 파운드(한화 8조690억원)를 절약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시장 분석업체 CSS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충전기, 이어폰 구성을 제거한 ‘아이폰’ 1대당 27파운드(약 4만3천500원)를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이폰’의 기기값은 낮추지 않았다.

(삼성 레터마크. 제공=SAMSUNG)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갤럭시A13’을 공개하며 처음으로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별도로 판매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충전기와 이어폰 등을 기본 구성품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밝히며 “불필요한 포장재 낭비를 막아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아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무선 이어폰과 충전기 제품 판매 촉진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다. IT 전문 매체 씨넷은 “삼성은 애플이 아이폰12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 발 더 나아갔으며 와이얼드 헤드폰(이어폰)까지 없앴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이 ‘갤럭시 버즈’를 사길 원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E-웨이스트(전자제품으로 인한 낭비) 문제를 줄이고 싶다면 구성품을 뺄 것이 아니라 더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고효율 충전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애플의 충전기 미포함 결정을 조롱하는 마케팅을 펼친 바 있어 전세계적으로 더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법인 공식 트위터 ‘삼성 라틴’은 지난해 10월 “갤럭시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준다”며 “가장 기본적인 충전기부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퍼포먼스, 메모리, 그리고 120Hz 스크린까지”라는 글을 충전용 어댑터 사진과 함께 게재했으며, 이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외신들은 “조롱하던 애플을 벤치마킹했다”는 비판을 내놨다.

이 같은 비판에도 삼성전자는 이번 출시된 ‘갤럭시Z4’ 시리즈에 충전기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확대 적용하는데 더 집중하겠다는 말만 에둘러 강조했다.

(유럽연합 깃발. 제공=게티이미지 코리아)

한 누리꾼은 “기업이 환경보호의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충전 단자 규격부터 통일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오는 2024년부터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표준화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지만, 애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의 단자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USB-C타입 단자가 새로운 규격으로 개발된 이후에도 애플은 라이트닝 단자를 고수했다”며 “애플이 왜 계속 이같이 나서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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