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 시행된 지 근 1년… 잠정조치 기각 기준은 아직도 모호
-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11개월 지나
- 현재로서는 잠정조치 청구ㆍ기각 기준 명확하지 않아
- 피해자 보호 위한 조치임에도 구속이나 체포 기준을 들어 판단하는 경향 있어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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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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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1일 스토킹 처벌법이 최초로 시행된 이후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5천여 건 가운데 985건(17.1%)이 검찰·법원 단계에서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 법원이 내리는 결정으로 기각 사유가 불분명해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스토킹 처벌법 잠정조치 청구ㆍ결정 현황’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 시행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경찰이 5,743건의 잠정조치를 검찰에 신청함. 이 가운데 검찰에서 694건(12%), 법원에서 291건(5%)이 기각되었다. 검찰이 경찰 신청 없이 자체 판단으로 법원에 청구한 잠정조치는 45건으로, 이 가운에 7건이 기각되었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내리는 결정으로, 가해자에게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연락 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는 조치이다. 스토킹 처벌법의 시행 이후 잠정조치 신청에 대한 기각 건수가 900건을 넘어갔으나, 현재로서는 검찰이 경찰에 공유한 잠정조치 청구ㆍ기각 관련 문서가 없다. 법원 역시 잠정조치 기각 때 그 사유를 상세하게 알리지 않으며,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ㆍ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유치를 필요로하지 아니한다’ 정도의 결론만을 남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법 시행 이후 전국 검찰청에서 진행한 사건을 정리ㆍ분석해 ‘이런 범죄유형에는 잠정조치 몇 호가 적당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일종의 판단 참고 자료를 만들어 검찰청에 제공하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잠정조치 판단을 참고하는) 자료의 기초 자료는 경찰도 갖고 있어서 경찰에 공유하지는 않았다”며 잠정조치 기각 관련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잡지 ‘여성과 인권’ 최신호를 통해 “잠정조치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인데도, 범죄혐의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등 구속이나 체포의 기준을 들어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피해자 보호조치의 미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 역시 “실제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에 잠정조치를 신청해 달라고 했을 때 ‘직접적인 위해가 없으면 (검사가) 청구를 안 해준다’며 경찰이 만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잠정조치를 요구해봤자 경찰이 안 될 거라고 하니까 피해자도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 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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