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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옛 롯데백화점 부지에 대규모 주상복합 건설과 함께 400여 개의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근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상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개발 사업의 절차와 투명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사업 개요: 옛 롯데백화점 부지, 31~37층 주상복합으로 재탄생
해당 사업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했던 옛 롯데백화점 부지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부지는 ‘예술회관역복합개발프로젝트’ 사업 대상지로, 지난 3월말 철작업을 완료했다. 이 사업은 인천시가 도입한 '공공기여 사전협상제’의 첫 번째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사업의 변화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9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로 폐점한 옛 롯데백화점은 같은 해 구월 엘리오스(현 예술회관역복합개발프로젝트)가 매입했다.
당시 구월 엘리오스는 복합쇼핑몰로 개보수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2021년 1월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사업 방향은 대형 주상복합 시설 건설로 전환되었다.
인천시는 지난 2023년 초 ‘구월 도시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확정했고, 같은 해 3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원안 가결을 통해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변경된 계획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지하 3층부터 지상 37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조성되며, 건물 하부에는 음식점 등 400개 이상의 상가가 들어설 수 있도록 계획됐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 상인들 “의견 수렴은커녕 사실조차 몰라”
이처럼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지역 상인들은 큰 충격과 함께 강한 불신을 표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현장 상인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구월로데오 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 A위원장은 "애초에 식당을 포함한 상가 400여 개가 들어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현재 인근 상인 대부분은 요식업 종사자들인데, 그곳에 식당 등 상가가 들어서면 누가 기존 골목상권을 이용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는 우리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개발"이라고 덧붙였다.
남동구골목상인연맹 관계자 역시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지상부에 수백 개의 상가가 입점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인들은 시로부터 일언반구조차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역 상권의 주체인 상인들이 사업의 핵심적인 변화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행정 절차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행정 절차 논란: “공고만으로 충분한가?”
이에 대해 인천시는 모든 절차를 법과 규정에 따라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반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업과 관련해 공람 절차는 적절하게 이행했으며, 인천시의회에서도 의견 청취를 진행했다"며 "상인 동의서는 사업 진행의 법적 요건이 아니며, 그런 동의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는 "애초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전부터 해당 사업 용지는 상업시설 지역이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상가 입점 개수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상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라며 "오히려 2023년 지구단위계획 변경 시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축소해 상가 입점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인 측의 반응은 시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남동구골목상인연맹 관계자는 "시가 공고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안 열람 공고문을 보면, 주요 내용에 용도, 건폐율 등만 담겨 있을 뿐, 상가 입점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며 "단순히 공고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23년 2월 21일 인천시가 공고한 제2023-486호 구월 지구단위계획 결정안 열람 공고문을 살펴보면, 건축물 용도, 건폐율, 높이계획 등 도시관리계획의 기술적 항목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 상인들이 우려하는 '400개 상가 입점’과 같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전혀 고지되지 않았다.
◆전문가 시각: “상생형 개발, 사전 소통이 최우선”
이러한 갈등은 단순히 지역 상인과 시 사이의 이견을 넘어 도시 개발 과정에서 '사전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개발 사업이 인근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상생형 개발’ 모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골목상권의 생태계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미 형성된 상권을 보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지역 상인, 주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동의 이익을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는 이러한 사전 소통의 중요성을 인지한 사례들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대규모 개발 사업 추진 시 '주민 참형 도시계획 심의위원회’를 운영하여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상권 보존 협약’을 통해 대형 상가의 진입을 제한하거나 지역 상인을 보호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결론: 상생을 위한 대화의 장 마련이 시급
구월동 옛 롯데백화점 부지 개발 사업은 '공공기여’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으나, 현장 상권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진행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상인회는 "공공기여 이름 아래 정당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지역 상인을 죽이는 사업 개발을 지금이라도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인근 상인 수용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인천시가 어떻게 '공공의 이익’을 해석하고 실현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대규모 개발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이미 자리를 잡은 지역 상권의 가치와 그곳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시와 상인 간의 대화가 재개되고, 상생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