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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가상 연구소(Virtual Lab)’ 통해 COVID-19 항바이러스 나노바디 개발 성공

2025년 7월, 스탠퍼드 대학교와 찬 주커버그 바이오허브(Chan Zuckerberg Biohub) 공동 연구팀이 AI 기반 가상 연구 플랫폼 ‘Virtual Lab’을 통해 SARS-CoV-2 최신 변이에 결합하는 새로운 나노바디(nanobody) 설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세계적 과학 저널 Nature에 게재되었으며, 기존의 인공지능(AI) 기술이 단순한 의사결정 도구를 넘어 동등한 연구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과 AI가 함께 만든 ‘가상의 연구소’
이번 연구에서 중심이 된 것은 Virtual Lab이라는 새로운 연구 협업 구조였다.

이 환경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에이전트들이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협력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상의 실험실이다.

GPT-4o(OpenAI)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인간 연구자의 최소 개입만으로도 학제 간 과학 활동이 가능하도록 초기 설계되었다.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대 의생명정보학자 제임스 저우(James Zou) 교수는 “AI가 단일 질문에 답하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연구 설계, 문제 해결, 비평적 논의까지 가능한 팀 멤버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Virtual Lab 구조: 과학 연구의 새로운 운영체계
Virtual Lab의 작동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다. 마치 실제 연구팀처럼, AI 에이전트들은 각자의 역할을 갖고 협업한다.

◆1. 역할 기반 에이전트 시스템
• PI(Principal Investigator):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팀을 이끈다.
• Scientist Agents: 생물학자, 면역학자, 컴퓨터 과학자 등으로 구성되며 각 전문 영역에서 문제 해결을 담당한다.
• Scientific Critic: 과학적 오류를 지적하고 실험 설계 및 코드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평가하는 비판적 검토자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에이전트는 GPT-4o가 중심 언어 모델로 작동하며, 초기 역할 프레임은 인간 연구자가 정의하고 이후 에이전트 간의 상호작용은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2. 회의 방식: 팀 미팅과 개별 미팅
Virtual Lab은 ‘팀 미팅’과 ‘개별 미팅’의 두 단계 구조로 연구를 진행한다.
• 팀 미팅에서는 전체 에이전트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PI가 전략을 정리한다.
• 개별 미팅에서는 특정 에이전트가 과제를 수행한 뒤, Scientific Critic의 검토를 받는다.
• 이 두 구조를 병렬적으로 반복 수행하면서 결과의 품질을 점차 높여간다.
이런 구조는 인간 연구자 간의 협업 모델을 AI 에이전트에게도 유사하게 적용한 사례로, 향후 연구 자동화의 중요한 벤치마크 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나노바디 설계에 AI가 수행한 핵심 역할
연구에 적용된 주제는 진화하는 코로나19(SARS-CoV-2)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나노바디 설계였다. 나노바디란 일반 항체보다 작고 안정적인 단일 도메인 항체로, 신약 개발에서 주목 받고 있다.

◆AI가 만든 바이오 연구 파이프라인
AI 에이전트들은 다음과 같은 계산 생물학 도구를 연계해 연구를 수행했다.
• ESM (Evolutionary Scale Modeling): 돌연변이 가능성을 기반으로 나노바디 시퀀스를 평가
• AlphaFold-Multimer: 구조 예측 모델로 나노바디와 항원의 결합 구조를 시뮬레이션
• Rosetta: 결합 에너지 계산을 통해

▶결합 강도를 수치로 분석
이 세 도구를 통합한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구성해 최적 후보를 다단계 평가했으며, 결과는 Weighted Score(가중 점수)로 통합되어 우수 후보를 선정했다.

▶주요 실험 결과: AI, 과학적 창의성 발휘하다
연구팀은 Virtual Lab을 통해 총 92개의 나노바디 후보를 설계했고, 이 중 상당수가 실험적으로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 약 85퍼센트의 후보 나노바디가 기존보다 높은 결합 신뢰도(ipLDDT)를 가짐
• 93.5퍼센트는 생물학적 발현 테스트에서 양호한 가용성으로 나타남
• 특히 두 개의 설계체는 최근 변이체(JN.1, KP.3)에 대해 높은 결합력 증진
• 기존 초기 변이(Wuhan)에도 우수한 결합력을 유지
이 결과는 AI가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반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실제 바이오 실험에서 입증한 셈이다.

▶인간의 역할은 최소화… 품질은 극대화
흥미로운 점은 인간 연구자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기획 초기와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단계에서 제한적인 개입 외에는 대부분의 과제 수행과 평가가 AI 에이전트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미래의 연구 환경을 점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하버드 의대 AI 연구 분야의 데이비드 리(David Li) 교수는 이에 대해 “AI가 실험 파트너로 전환되는 시점이 임박했다. 이 연구는 그분기점에 서 있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 다양한 학제 간 연구로 확장 가능
논문 후반부에서 연구진은 이 같은 구조가 나노바디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근거 기반 학제 간 프로젝트에 확장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험 생물학을 비롯해 재료 과학, 데이터 과학, 시스템 생물학 등 창의성과 검증이 모두 필요한 분야에서 ‘AI 공동연구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구 성과가 빠르게 나오는 미래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사이 AI 협력 기반 Virtual Lab 모델은 세계 각국 연구소와 산업체에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카이스트나 서울대 등에서도 유사한 프레임 구조의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AI의 역할이 ‘생산성 도구’에서 ‘연구 동료’로 바뀌는 실험들이 본격화되는 추세이다.

▶전문가 제언: “이제는 AI 연구 윤리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세진 교수는 “AI가 연구 설계를 주도하게 되면, 인간은 윤리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새로운 역할로 포지셔닝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AI가 만들어내는 과학이 공정성과 재현 가능성을 유지하도록 설계 수준에서 더욱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무리: 연구의 주체로 진화하는 AI
이번 연구는 AI가 연구자의 보조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실증적 사례이며, 특히 LLM 기반의 에이전트 협업 프레임워크가 실제 과학적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계는 앞으로 인간과 AI가 파트너로 협업하는 강력한 연구 생태계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참조 자료
• Nature 논문: The Virtual Lab of AI agents designs new SARS-CoV-2 nanobodies (DOI: 10.1038/s41586-025-09442-9)
• Stanford Medicine 공식 발표
• 조선비즈 보도: “스탠포드 연구팀, AI와 협업해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하는 항체 설계 성공”

더 많은 연구팀이 이처럼 AI와의 협업 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2026년은 인공지능이 과학 연구를 동반 주도하는 원년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Virtual Lab은 그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