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 유럽 AI 전략의 전환점


서론: 위기감이 낳은 변화의 바람

2025년 2월 파리에서 열린 AI 액션 서밋에서 유럽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이 모여 150억 유로 규모의 AI 투자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 발표를 넘어 유럽 AI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지난 수년간 'AI 규제의 선두주자'로 불리던 유럽이 이제 '혁신과 투자의 촉진자'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2024년 9월 발표한 충격적인 경쟁력 보고서와 2025년 1월 중국 딥시크의 R1 모델이 전 세계 AI 시장에 미친 파급효과가 있다.

유럽이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책 방향의 180도 전환을 이끌어낸 것이다.

드라기 보고서가 폭로한 유럽의 현실

경쟁력 격차의 심각성

마리오 드라기가 2024년 9월 발표한 '유럽 경쟁력의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유럽 정치권에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유럽이 연간 750억에서 800억 유로의 추가 투자 없이는 미국과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AI 분야의 격차였다. 미국이 전 세계 AI 투자의 76퍼센트를 차지하는 반면, 유럽은 겨우 6퍼센트에 그쳤다. 생산성 증가율에서도 유럽은 연간 0.5퍼센트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드라기는 보고서에서 "유럽은 인터넷 주도의 디지털 혁명을 대부분 놓쳤다"며 "행동하지 않으면 복지, 환경, 자유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분석

영국 채텀하우스의 분석가 키스 러너는 "드라기 보고서의 대담한 권고안들이 유럽의 리더십 공백과 긴박감 부족으로 인해 좌절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고서의 권고사항들은 EU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회원국 간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실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EU AI법: 선도에서 족쇄로

규제의 역효과

2024년 8월 발효된 EU AI법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로 국제적 찬사를 받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했다. 27개 회원국이 각각 다른 해석과 시행령을 적용하면서 규제 복잡성이 심화되었다.

특히 스타트업들이 하나의 AI 서비스로 유럽에 진출하려면 평균 18개월의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했고, 고위험 AI 시스템의 CE 마크 취득 비용은 중소기업 연매출의 10~20퍼센트에 달했다.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

2024년 7월 에어버스, BNP 파리바, 메르세데스-벤츠, 지멘스 에너지 등 160개 주요 기업이 공개서한을 통해 "불명확하고 중복되며 점점 복잡해지는 EU 규제"에 대한 2년 유예를 요청했다.

Computer & Communications Industry Association은 "유럽의 혁신을 질식시키고 AI 인재 유출을 가속화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독일 AI 스타트업 Aleph Alpha가 미국 이전을 검토했고, 프랑스의 Mistral AI조차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진출을 가속화했다. 2023년 유럽 AI 벤처캐피털 투자는 전년 대비 23퍼센트 감소했다.

딥시크 충격: 게임 체인저의 등장

시장을 뒤흔든 R1 모델

2025년 1월 중국의 딥시크가 공개한 R1 모델은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모델은 겨우 560만 달러의 훈련 비용으로 OpenAI의 o1 모델과 근접한 성능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미국 기업들이 수억 달러를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비용 효율성을 보여준 것이다.

딥시크 발표 이후 나스닥 지수는 3.1퍼센트 하락했고,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593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잃어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일일 손실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1조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전문가들의 평가

버지니아대학 다든스쿨의 마이클 앨버트 교수는 "딥시크 R1은 AI 기술의 근본적 발전이라기보다는 훈련 효율성의 점진적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모델을 재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은 당연하다"며 "진짜 중요한 변화는 이 모델이 완전 오픈소스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OpenAI CEO 샘 알트먼이 언급했듯이 AI 산업은 여전히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며, 딥시크의 성과가 전체 AI 개발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EU AI 챔피언스 이니셔티브: 새로운 전략의 시작

150억 유로 투자 약속

2025년 2월 파리 AI 액션 서밋에서 General Catalyst가 주도한 EU AI 챔피언스 이니셔티브가 공식 출범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60개 이상의 유럽 기업이 참여하여 향후 5년간 150억 유로의 AI 투자를 약속했다.

참여 기업으로는 독일의 도이치뱅크, 방산업체 헬싱,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 등이 포함되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도 같은 날 프랑스 내 AI 개발을 위한 1090억 유로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급진적 협력의 철학

General Catalyst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핵심 개념은 "급진적 협력(Radical Collaboration)"이다. 이는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삼각 동맹을 의미한다.

성공 사례로는 SAP와 Mistral AI의 협력이 있다. 유럽 최대 기업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가 Mistral의 언어 모델을 자사 글로벌 고객 기반에 통합하여 다국어, 다문화 기업 환경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노보 노디스크와 Cradle Bio의 협력은 제약과 AI의 만남을 보여준다. AI 기반 단백질 설계로 신약 개발 기간을 50퍼센트 단축시키며,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생성형 AI를 최초로 적용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

General Catalyst 유럽 담당 Managing Director인 Jeannette zu Fürstenberg는 "이 순간을 포착하고, 더 큰 의도를 가지고 일하며, 깊은 협력을 수용함으로써 유럽은 응용 AI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세대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TechCrunch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현재 데이터 거버넌스법, 통신업계나 은행업계 같은 수직적 규제 간에 많은 충돌이 있다"며 규제 간소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책 전환의 핵심 과제들

규제 간소화 요구

이니셔티브 참여 기업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새로운 규제 층을 도입하는 대신 조화, 법적 명확성, AI 확장을 방해하는 내부 장벽 제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EU AI법의 주요 의무사항 시행을 2년 유예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의무사항은 2026년 8월부터, 범용 AI 모델에 대한 의무사항은 2025년 8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러한 시행 일정이 너무 성급하다고 보고 있다.

인프라 투자 확대

AI 개발에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에너지 자원이 필요하다. 유럽은 클라우드 인프라, 반도체 제조, 에너지 효율적인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유럽 클라우드 시장의 70퍼센트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하고 있으며, GPU 공급의 95퍼센트를 NVIDIA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종속성을 줄이기 위한 자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대중 인식 개선

잘못된 정보와 AI에 대한 공포가 도입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규모 공공 참여 캠페인을 통해 윤리적 우려를 해결하면서 AI의 이점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유럽만의 차별화 전략

▶응용 AI 리더십

미국과 중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유럽의 기존 강점을 AI로 증폭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보다는 산업별 특화된 AI 응용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유럽 제조업체들이 AI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항공우주에서는 에어버스를 중심으로 AI 기반 차세대 항공기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와 AI 융합으로 스마트 그리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려 한다.

가치 기반 AI 개발

유럽은 신뢰할 수 있는 AI, 즉 투명성, 설명가능성, 공정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AI 개발을 지향한다. GDPR 수준의 데이터 보호를 기본 탑재한 프라이버시 보호 AI와 탄소 중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AI 개발이 그 핵심이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전망

낙관적 시나리오

초기 전망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2030년까지 유럽의 연간 생산성 성장률을 최대 3퍼센트까지 끌어올리고, 연간 5750억 유로의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벨기에 GDP와 동일한 규모다.

이러한 AI 주도 변화는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의 영향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EU가 디지털 10년 어젠다에서 2030년까지 2조 8000억 유로의 가치 창출을 전망한 클라우드 혁명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전과 위험

반면 현상 유지 시 유럽은 2030년 글로벌 AI 시장에서 3퍼센트 이하의 점유율에 그칠 위험이 있다. 지속적인 인재 유출과 기술 종속성 심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세계 최고 AI 연구자의 22퍼센트가 유럽에서 교육받았지만 실제 유럽에서 일하는 비율은 14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 AI 관련 임금이 유럽의 2~4배 높아 지속적인 인재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에서의 새로운 포지셔닝

미국과의 관계

기초 연구 분야에서는 협력을 유지하되, 응용 기술 분야에서는 건전한 경쟁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윤리적 AI 분야에서는 공동 표준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민감 기술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되, 기후변화 대응 AI에서는 협력을 모색한다는 선택적 관여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시장 접근에서는 호혜주의 원칙을 적용한다.

개도국과의 관계

AI 기술 이전을 개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고, 윤리적 AI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주도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를 통해 EU의 소프트 파워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결론: 변화의 기로에 선 유럽

유럽의 AI 정책 전환은 단순한 방향 수정이 아닌 생존을 위한 근본적 변화다. 지난 수년간 규제 우선주의로 인해 혁신이 위축되었던 유럽이 이제 투자와 협력을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General Catalyst의 보고서가 제시한 비전이 실현된다면 유럽은 AI 시대의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응용 AI 분야에서의 리더십과 가치 기반 AI 개발은 유럽만의 독특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27개 회원국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통합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규제 간소화와 투자 촉진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셋째, 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한 AI 전문가들을 유럽으로 유치해야 한다.

2025년은 유럽 AI 역사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보고서와 딥시크 충격이 가져온 위기감이 진정한 변화의 동력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구호에 그칠지는 앞으로 몇 년간의 실행 과정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유럽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규제에서 혁신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이 성공한다면 유럽은 AI 시대의 새로운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The AI imperative for Europe
요약
유럽 AI의 야심찬 의제: '기회의 창'을 넘어 '전략적 자율성'으로

유럽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섰다.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의 합산 시가총액이 약 19조 달러에 육박하며 유럽 7대 기업 합산 시가총액(2조 2천억 달러)을 8배 이상 압도하는 현실 속에서, 유럽은 더 이상 방어적인 자세에 머물 수 없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라는 이중고를 AI라는 지렛대로 극복하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위기의 유럽, AI에서 돌파구를 찾다

인구 절벽과 생산성 격차, 이중고에 직면하다

유럽의 위기감은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는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유럽의 노동 연령 인구가 2040년까지 매년 200만 명씩 감소하며, 이로 인해 연간 경제 성장률이 최대 0.4%포인트까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성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1995년만 해도 미국과 대등했던 유로존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이제 20% 이상 뒤처진다. 특히 2019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미국의 생산성이 6.7% 급증하는 동안 유로존은 0.9% 성장에 그쳤다. 이러한 격차의 근본 원인은 AI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 부족에 있다.

2023년 기준 AI 분야 벤처캐피탈 투자액은 미국이 약 680억 달러에 달한 반면, 유럽은 8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유럽이 더 이상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방어'에서 '공격'으로, 유럽의 반격 카드

유럽의 강점: 산업 데이터와 신뢰 기반 생태계

유럽은 이번 AI 기술 변혁이 과거 인터넷 및 모바일 시대와는 다르다고 판단한다. AI는 유럽이 가진 고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라는 것이다. 유럽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과 개방적인 오픈소스 문화를 가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 항공우주, 생명과학, 첨단 제조업 등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 분야에서 축적된 방대하고 특화된 ‘산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범용 AI가 아닌,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고부가가치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자산이다.

유럽 AI 거버넌스 전문가인 니콜라 모에스는 “유럽은 미국의 ‘빠르게 움직여 판을 깨는’ 문화와 달리 신뢰성, 안전, 고품질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AI 시대에 단순한 규제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유럽은 AI 기술을 단순히 수입해 사용하는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유럽의 가치와 산업 특성에 맞는 AI를 직접 개발하고 표준을 주도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장에서 증명된 AI의 힘: 성공 사례들

제조업부터 금융까지, 혁신을 이끄는 기업들

유럽 전역의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AI를 통한 혁신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의 동력임을 입증한다.

프랑스의 항공엔진 기업 사프란(Safran)은 AI 기반 공급망 관리 플랫폼을 도입하여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공장 팀의 생산성은 80% 증가했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부품 부족은 73%나 감소했으며, 정시 납품률은 15% 향상되었다.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에서도 AI 혁신은 한창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생산 공정에 AI 챗봇을 도입하여 품질 관리 데이터를 분석하고, 오류를 신속하게 식별하며 공정 최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 분야 역시 AI 도입의 선두에 있다. 네덜란드의 결제 플랫폼 기업 애디언(Adyen)은 1조 달러가 넘는 결제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통해 수동으로 처리하던 사기 방지 규칙을 86% 줄였고, 고객의 결제 전환율을 최대 6%까지 끌어올렸다. 이처럼 유럽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 분야에서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과제와 해법: '급진적 협력'과 정책의 역할

EU AI 법안의 양날의 검과 통합된 시장의 필요성

유럽의 야심 찬 목표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타트업, 전통 산업의 강자, 그리고 정부 간의 긴밀하고 과감한 ‘급진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인 ‘EU AI 법안(AI Act)’은 유럽이 추구하는 ‘신뢰 기반 AI’의 핵심이다. 이 법안은 AI의 위험 등급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여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법안의 일부 조항이 모호하고 복잡하여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중소 AI 기업에 과도한 규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27개 회원국에 흩어져 있는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인구구조의 위기와 생산성 둔화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유럽이 가진 산업적 강점과 신뢰의 가치를 바탕으로 AI 시대를 선도하고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그들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