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통상협상이 제조업계의 불확실성을 일부 걷어냈지만, 차기 미국 행정부의 향방에 따라 언제든 보호무역주의의 칼날이 다시 겨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수출 최전선인 조선업계가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히 좋은 배를 만들어 파는 것을 넘어, '초격차 AI 기술'을 '창(槍)'으로 삼아 미국의 관세 정책 자체를 무력화하는 공격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핵심은 선박 완제품(HS 코드 제89류)에 집중된 부가가치를 관세 부과가 어렵거나, 부과 시 오히려 미국에 부담이 되는 첨단 부품과 무형(無形)의 플랫폼 서비스로 이전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K-조선의 AI 창(槍) 전략'**이라 부른다. 이제 이 포세이돈의 삼극창 운용전략을 살펴본다.

첫 번째 날: 'AI 지능형 조선소' - 생산성의 격차를 벌려라

첫 번째 공격은 생산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 AI와 로봇이 선박을 건조하는 '지능형 조선소'는 미국의 원가 경쟁력 확보 의지를 원천적으로 꺾는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산 산업용 로봇(HS 8479.50)이나 초정밀 레이저 절단기(HS 8456.11)를 수입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건조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HS 8523.80)는 한번 도입하면 바꾸기 힘든 '기술 종속'을 유발한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자국 조선업의 생산성이 후퇴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두 번째 날: 'AI 자율운항 선박' - 美 국익의 핵심을 파고들어라

두 번째 창 끝은 'AI 자율운항 선박'이다. 선박 자체(HS 8901)에 관세가 붙더라도, 그 선박의 심장인 AI 시스템이 미국의 핵심 이익과 맞물려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을 꿈꾸는 미국에, 한국의 AI 자율운항 LNG선(HS 8901.20)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송 수단이다. 이 선박의 '두뇌'인 **항행용 무선기기(HS 8526.91)**와 '눈'인 **라이다(LIDAR) 센서(HS 9015.10)**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과 공급망 안보를 위한 필수재다. 여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자국의 혈관을 스스로 막는 자충수가 된다.

결국 미국 선주는 관세를 감수하고서라도 운항 비용과 안전을 보장하는 한국의 AI 기술이 탑재된 선박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 세 번째 날: 'AI 유지보수 플랫폼' - 관세가 없는 영역으로 도약하라

가장 날카로운 세 번째 창끝은 관세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서비스' 영역에 있다. 전 세계 선박을 원격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AI 통합 유지보수 플랫폼'**이 그것이다.

선박에 부착된 고장 예지진단 시스템(HS 9031.80)이 보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은 교체가 필요한 엔진 부품(HS 8409.99)을 자동으로 주문한다. 하지만 핵심 수익 모델은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월간 구독료'**다. 이는 상품이 아닌 '용역'으로 분류돼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선박 가격의 일부를 플랫폼 구독료로 전환하면 관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이는 하드웨어 판매업에서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서비스 기업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하며, 한번 생태계에 들어온 고객은 빠져나가기 힘든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K-조선 'AI 창(槍)' 전략 핵심 목표 관련 HS 코드 (예시)
AI 지능형 조선소 생산 기술 종속 및 원가 초격차

8479.50 (산업용 로봇),

8523.80 (소프트웨어)

AI 자율운항 선박 美 국익(에너지/안보)과 연계, 전략적 의존성 확보

8526.91 (항행용 무선기기),

9015.10 (라이다(LIDAR)센서)

AI 유지보수 플랫폼 관세 영역 밖(서비스)으로 부가가치 이전, 생태계 장악

9031.80 (측정기기),

용역 (HS코드 없음)

결론적으로, K-조선의 미래 전략은 더 이상 강철판을 두드려 배를 만드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HS 코드라는 국제 무역의 문법을 역이용하여 부가가치를 첨단 기술과 서비스로 이동시키고, 이를 통해 어떤 보호무역의 파고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항해술을 펼치고 있다. 이 'AI 창'이 한국 수출의 미래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