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수출 먹거리 잠재력 충분

부처 칸막이·지연된 예산에 현장은 '속앓이'

스스로 보고 판단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자율형 AI 드론'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정책 시계는 더디게만 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도 부처 간 엇박자와 지지부진한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해 글로벌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제는 청사진 제시를 넘어,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과감한 예산 투입, 그리고 신속한 집행을 통해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잠재력은 세계 수준, 정책 지원은 '거북이 걸음'

AI 드론의 잠재력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농업에서는 정밀 방제로,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 자동화로, 국방 분야에서는 차세대 무기체계로써 그 가치를 입증했다. 이는 곧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미래 수출 산업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냉랭하다. 한 드론 개발사 대표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도 각종 규제와 불투명한 인증 절차에 막혀 상용화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특히 부처마다 다른 요구사항과 더딘 의사결정 과정은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I 데이터 활용, 비가시권 비행 등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정책과 '규제를 위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선언'만 있고 '실행'이 없다…과감한 예산 투입과 속도전 절실

정부가 수차례 'AI 드론 산업 육성'을 선언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예산 확보와 집행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핵심 원천 기술 R&D, 실증 단지 구축, 인력 양성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현재의 예산 규모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경쟁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며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상황에서, 우리의 소극적인 투자는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산업계는 단순 보조금 지원을 넘어, AI 드론 산업의 생태계 전반을 강화할 수 있는 대규모의 '전략적 예산' 편성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 컨트롤타워 부재 속 '실기(失機)' 위기…지금 즉시 행동해야

전문가들은 지금이 AI 드론 산업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라고 경고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강력한 권한을 가진 'AI 드론 산업 전략 컨트롤타워'를 즉각 수립해야 한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권한과 정책을 통합·조정하여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 둘째,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신속 집행(Fast-Track)'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R&D부터 수출 지원까지, 필요한 곳에 적시에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 셋째,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면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법에서 금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허용하여 기업이 마음껏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율형 AI 드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수출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다. 정부와 국회는 '검토'와 '논의'의 단계를 끝내고, '결단'과 '실행'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더 이상의 지체는 '기회 상실'과 직결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