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넘어 재난 현장, 서비스 산업, 그리고 가정까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인간의 노동력을 보조하고 대체할 휴머노이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완제품 기술력뿐만 아니라, 로봇의 '몸'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들의 안정적인 수출입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는 그야말로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인간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 오감을 담당하는 각종 '센서', 두뇌 역할을 하는 'AI 프로세서' 등 수많은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이들 부품의 원활한 수급과 기술 자립이 곧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변수인 셈이다.
하지만 복잡한 부품 분류 체계는 기업들에게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수출입 시 각 부품에 적용되는 "HS Code(수출입상품분류코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통관 지연, 관세 불확실성 등 경영 리스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 휴머노이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HS Code
관세법규상 휴머노이드 로봇 완제품은 **HS Code 제8479.50호(그 밖의 산업용 로봇)**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로봇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들은 각각의 기능에 따라 전혀 다른 HS Code를 갖는다.
▷ 액추에이터 (관절 구동장치): 제8501.31호 (직류전동기)
▷ AI 두뇌 (중앙처리장치): 제8471.50호 (자동자료처리기계의 처리장치)
▷ 비전 센서 (카메라): 제8525.89호 (디지털 카메라 등)
▷ 3D 센서 (라이다 등): 제9015.10호 (거리측정기)
▷ 관성측정장치 (IMU): 제9031.80호 (그 밖의 측정·검사 기기)
▷ 엔드 이펙터 (손·그리퍼): 제8479.90호 (로봇의 부분품)
▷ 전원 (배터리): 제8507.60호 (리튬이온 축전지)
로봇 개발 스타트업의 한 대표는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액추에이터와 공간을 인지하는 라이다 센서는 수입처도, 적용되는 관세율도 완전히 다르다"며 "명확한 HS Code 분류는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 확보와 원가 경쟁력의 기본 전제"라고 설명했다.
◆ '부품 국산화'와 '수출 활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이루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국산 부품의 수출 활로를 개척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는 부품별 HS Code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핵심 부품 R&D 지원, 관세 혜택 등 맞춤형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명확한 분류 체계는 국내 부품 기업에게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이정표를, 로봇 기업에게는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인류의 삶을 바꿀 '게임 체인저' 휴머노이드 로봇. 그 성공 신화는 가장 기초적인 '부품'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에서부터 시작된다.
/Gold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