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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광복절 특별사면이 발표된 가운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8개월 만의 석방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향후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광복절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된 조국 전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0시를 기점으로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되어 수감된 지 8개월 만의 일이다.

조 전 대표는 출소 직후 "헌법적 결단을 내려주신 이재명 대통령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오늘 저의 사면과 복권, 그리고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치평론가 김성수 박사는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은 단순한 개인의 복권을 넘어 한국 정치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며 "특히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여론의 싸늘한 반응

국민의힘은 이번 사면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어 보이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올해 광복절은 조국과 윤미향 사면으로 얼룩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4주 전 64%에서 59%로 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정 평가는 23%에서 30%로 7%포인트 상승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부정 평가 응답자의 22%가 '특별 사면'을 그 이유로 지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권 내부에서도 "조국 사면은 지지율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대통령실이 내세운 '국민 통합' 명분

대통령실은 이번 사면 결정의 명분으로 '국민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1일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조국혁신당은 분명히 야당"이라며 "극심했던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대화와 화해의 물꼬를 트는 대통합의 정치로 나가겠다고 말씀하신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사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박정민 교수는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은 역대 정부에서도 특별사면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며 "다만 이번 경우처럼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사면을 단행한 것은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2002년 김대중 정부, 2007년 노무현 정부, 2015년 박근혜 정부 등에서도 광복절 특사를 통해 정치인들을 사면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사면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면 결정의 숨은 배경과 정치적 계산

여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조 전 대표를 사면한 진짜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친명계 인사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동병상련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한 친명계 핵심 인사는 "이 대통령은 그간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표적 수사를 당하고, 가족이 극심한 고통을 겪은 것 자체를 굉장히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한국정치학회 이상호 전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 자신도 검찰 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조국 전 대표의 상황에 공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향후 검찰 개혁 정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냉정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사면과 복권'을 요청한 순간 선택지가 좁아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거꾸로 조국혁신당에 부채를 안겨 범여권 갈등 소지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타이밍의 중요성

여권 고위 관계자는 사면 시기 선택의 전략적 측면을 강조했다. "정권 초반 사면도 이렇게 반발이 심한데, 올해 성탄절이나 내년 삼일절에 사면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겠냐"며 "이런 점도 이 대통령이 다 따져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역대 정부의 특별사면 시기를 분석해보면, 선거를 앞두고는 논란이 될 만한 인물의 사면을 자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10년 광복절 특사에서 이명박 정부가 정치인 사면을 최소화한 것이나,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 특사에서 정치인을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로운 정치 지형 구축을 위한 포석

일각에서는 이번 사면이 새로운 정치 지형을 그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도 대선 후보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진보 진영에서 다양한 차기 리더가 성장하길 바라는 게 이 대통령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초대 국무총리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김민석 총리를 발탁하고,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등 지역 기반이 확고한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여권 내 차기 주자를 다원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폴리틱스 인사이트'의 최진우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후계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고 다양한 정치 세력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진보 진영의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대통령들과의 차별화 전략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억누른 것 같은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2인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게 과거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노태우 정부의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박근혜 등 차기 주자로 부상한 인물들과 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은 한국 정치의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특히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이러한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정치연구소 김영태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다양한 정치 세력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결과"라며 "이러한 접근이 실제로 정치적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다른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이 본격화될 경우, 이번 사면이 그 명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장은 하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고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을 실현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특히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이탈을 막고, 야당과의 협치 구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조국 사면으로 인한 논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정국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며 "특히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이번 결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