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정부가 저성장 구조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돌파구로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웠다.

향후 5년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AI 대전환을 통해 현재 1%대 후반에 머문 잠재성장률을 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 담론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 마련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라는 근본적인 성장 저해 요인에 대한 해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제 절박함, AI 대전환으로 돌파구 모색

대한민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9%에 그쳐 사실상 제로 성장에 진입할 위기에 처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1%대 후반까지 추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구 구조의 고령화, 생산성 증가율 둔화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기존의 경제 운영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적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바로 'AI 대전환'이다. AI를 단순한 특정 산업의 기술이 아닌, 모든 경제 활동과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 15개 선도 분야 집중 육성과 공공 혁신 병행

AI 대전환 전략의 핵심은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하여 성과를 가시화하고, 이를 전 산업과 사회로 확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로봇, 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 분야를 비롯해 총 15개를 'AI 선도 분야'로 지정했다.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부터 실용화, 해외 시장 진출까지 판로 개척의 전 과정에 걸쳐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을, 선박 산업에서는 자율운항선박 기술과 스마트 조선소 구현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재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공공 부문의 혁신도 중요한 축이다. 복지, 고용, 납세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 서비스에 AI를 적용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국민 체감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AI 챗봇을 통한 민원 상담, 빅데이터를 활용한 복지 수요 예측 등을 시범 운영 중이며, 이를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이는 민간 부문의 AI 도입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R&D 투자 역대 최대, 100조원 펀드로 재원 마련

이러한 거대 전략의 뒷받침은 막대한 투자로 이어진다. 정부는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으로 편성하여 AI 및 첨단 기술 분야의 혁신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는 AI 기반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초전도체 등 첨단 소재 부품, 기후 에너지 기술, K-콘텐츠 등 15개 '초혁신 경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AI 기술과 시너지를 창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민간의 자본을 유도하기 위해 100조 원 규모의 '국민 성장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펀드는 정부 재정이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민간 자본을 결합하여 투자하는 역할을 하며, AI 대전환을 위한 핵심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펀드가 어떻게 조성되고, 어떤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실행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 전문가 진단 "거대 담론 넘어 구체성 담보해야"

정부의 AI 대전환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연구원 소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잠재성장률 하락의 근본 원인인데, AI 대전환 전략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AI는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노동력 감소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의 부재를 우려한다. 서울대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15개 선도 분야를 선정했다고 하지만, 각 분야별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어떤 인프라를 구축하며, 어떤 규제를 개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며 "거대 담론만으로는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범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단기적인 성과를 내고, 이를 확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들도 AI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EU는 'AI 액트'를 통해 규제와 윤리 기반을 마련하며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의 AI 대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차별화된 전략과 철저한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