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며 인공지능 중심의 ‘기술선도 성장’을 최전면에 세웠다.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35조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산업·공공·국민·기반 조성 전반을 아우르는 30대 선도프로젝트를 가동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AI 한글화, 고급 인재 병역특례, 국립대 AI 교수 인센티브, 해외 석학·신진급 2000명 유치 등의 인재 패키지가 포함됐다. 정책의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평가와 함께, 실행 디테일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병존한다.

◆ 성장전략의 골자

정부는 잠재성장률 3% 회복과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기술선도·모두의 성장·공정한 성장·지속성장 기반 강화 등 네 축을 제시했다. 정책 수단은 재정·세제·금융·규제·인력·공급망을 포괄하는 패키지다. R&D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9% 증액된 35.3조원으로, AI·에너지·전략기술에 집중한다.

◆ 30대 선도프로젝트의 구성

프로젝트는 두 갈래다. 하나는 ‘AI 대전환’ 15개로, 기업 분야에서 AI 로봇·자동차·선박·가전·드론·팩토리·반도체 전환을, 공공 분야에서 복지·고용, 납세관리, 신약심사에 AI를 도입해 절차와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국민 분야는 국내외 AI 인재 양성·유치, 기반 조성은 공공데이터 개방·활용과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넓히는 내용이다. 다른 한 갈래인 ‘초혁신경제’ 15개 과제는 첨단소재·부품(예: SiC 전력반도체, 그래핀, 특수 탄소강), 에너지·미래대응(예: 태양광·차세대 전력망, 해상풍력·HVDC, 그린수소·SMR, 스마트농업·수산업,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활용), K-붐업(바이오·의약품, 콘텐츠, 뷰티, 식품)을 구체 과제로 적시했다. 표 형태로 제시된 항목을 문장으로 풀어 요약했다.

◆ 인재·교육 패키지의 디테일

정책에는 국민 누구나 AI를 쉽게 배우도록 한다는 ‘AI 한글화’, 국립대 AI 교수에 대한 금전적 인센티브와 겸직 활성화, 고급 AI 인재 병역특례, 석학·신진급 해외 인재 2000명 유치와 연구비·세제 지원 등이 포함됐다. 이 조합은 인력 유출 억제와 외부 인재 흡수를 동시에 노린 ‘투트랙’ 접근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편에서는 비전임 중심의 금전 인센티브가 교육·연구 품질 개선으로 직결되는지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된다.

◆ 소버린 AI로의 전환 신호

정부 기조에는 ‘소버린 AI’ 지향이 짙다. 자체 인프라·데이터·인력으로 구성된 독립적 AI 역량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키고, 국가대표 AI 육성 및 대규모 투자를 병행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의존을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단기간 성과 집착은 거대 모델·컴퓨팅·데이터 품질 같은 ‘축적 게임’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 전문가 진단

국내 AI 거버넌스 연구자들은 방향 자체는 타당하되, 실행 순서와 지속 가능성이 관건이라고 본다. 첫째, 모델보다 데이터와 컴퓨팅의 신뢰성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공데이터 표준화·접근성·거버넌스 개편이 뒤따르지 않으면 ‘AI 한글화’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 둘째, 인재 정책은 보상의 시장 기준과 연구 자율성 제고가 함께 가야 한다. 비전임 인센티브나 겸직 허용만으로는 장기 연구 축적을 담보하기 어렵고, 전임 트랙의 처우·평가 개선, 기초·응용의 균형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셋째, 해외인재 2000명 유치는 연구 환경·비자·정주성 패키지가 완결적일 때 성과가 난다. 단기 채용·이탈을 반복하면 기술 이전과 네트워크 구축이 어렵다. 넷째, 빠른 성과를 중시하는 한국형 ‘패스트 팔로어’ 문화가 기초·바이오·의료·제약처럼 장기 축적형 분야에서 병목을 만든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예산·평가·규제 시간을 길게 설계해야 한다.

◆ 학계·현장 반응

대학 연구진은 “AI 교수 처우와 연구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프로젝트 중심 PBS 개편이 실제 행정 부담을 줄여야 효과가 난다”는 점을 우선 과제로 꼽는다. 산업계는 “국가대표 AI·컴퓨팅 인프라의 공정한 접근과 중소·스타트업 대상 크레딧 확대, 데이터 스페이스의 산업별 개방 로드맵”을 주문한다. 공공부문은 납세·복지·신약심사에서 규제 샌드박스와 품질·책임 기준을 명확히 하여 현장 적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 해외 사례로 본 벤치마크 포인트

유럽은 AI 규범을 선도하며 공공조달·신뢰성 지표 중심으로 응용 확산을 설계했고, 일부 국가는 자국 모델·컴퓨팅을 결합한 소버린 AI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한국도 규범·인프라·응용을 한 묶음으로 추진하되, 특정 부처 사업의 단기 성과 지표보다 국가 차원의 축적 지표(고품질 데이터셋 수, 연구자 정주율, 개방형 컴퓨팅 사용률 등)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험요인과 체크리스트

첫째, 예산의 ‘선택과 집중’이 부처·지자체 간 나눠먹기로 희석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둘째, 30개 프로젝트 성과를 계량화하고 실패 관리 기준을 사전에 공표해야 한다. 셋째, 소버린 AI 추진이 국제 협력·오픈소스와 충돌하지 않도록 하이브리드 전략을 명시해야 한다. 넷째, 인재 유치·보상 정책은 전임·비전임, 학계·산업계 간 형평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