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국내 최대 사회문제 해결 행사인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가 올해는 이례적으로 백신과 글로벌 헬스케어를 주요 의제로 끌어올렸다.
LG화학이 메인 세션에 국제보건 분야 재단 대표를 초청하며, 그동안 기후·AI·취약계층 중심에 머물던 국내 사회적가치 논의 지형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글로벌 공공조달 시장과 사회적 임팩트의 교차점이 드디어 공식 무대에서 다뤄진 셈이다.
LG화학은 메인 스테이지에서 ESG 문화 콘텐츠 ‘대담해’ 현장 라이브를 진행하고, 교육 사회공헌 ‘라이크그린’ 활동을 소개한다.
한 민간 재단 측은 “LG화학 초청으로 우리 재단 대표가 세션에 참석한다”고 밝혀, 전통적인 제약·진단 주제와 사회적가치 논의의 접점이 넓어질지 주목된다.
◆ 행사 개요와 기업 참여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올해 페스타에는 정부·기업·학계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 LG화학은 메인 무대 프로그램과 교육·환경 중심 CSR을 소개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도 AI 기반 ESG 사례를 선보이는 등 대기업들의 참여 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 국내 담론의 공백, 왜 국제보건이 ‘사회적 가치’로 잘 안 보였나
국내 행사와 투자에서는 AI, 기후, 취약계층 지원이 전면에 서는 반면, 백신·진단기기 등 국제보건 의제는 산업 수출·공공시장 진출 이슈로 분절돼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산업 카테고리로 분류되면서 임팩트·사회성과 측정 체계와 연결되지 못한 점, 공공조달과 수익성의 괴리에 대한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LG화학 프로그램에 국제보건 주체가 초청된 배경은 이러한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 기업 인식의 간극과 현장의 체감
재단이 지원하는 백신·진단 R&D 기업들도 중저소득국가 공공조달을 ‘시장 돌파구’로는 인식하지만, 스스로를 임팩트 플레이어로 호명하는 데는 신중한 분위기다. 사회적가치 레이블이 수익성 프레임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 임팩트 측정·보상 구조의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페스타 참여는 기업의 CSR·ESG 언어와 국제보건 R&D 현장을 엮어내는 시험대가 된다.
◆ 반대 사례와 변화의 조짐
국내 진단 스타트업 노을은 온디바이스 AI 진단 플랫폼으로 게이츠재단과 협력 논의를 진행하는 등 국제보건 난제 해결을 전면 의제로 제시했다. 라이트재단,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과의 동시 미팅 소식은 ‘산업–임팩트’ 프레임이 병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 측면에서도 사회적가치 행사의 고정 축이던 ICT·에너지 외에 보건 의제의 비중을 키우려는 흐름이 확인된다.
◆ 글로벌 공공조달은 ‘임팩트+시장’의 교집합
유니세프는 2024년 전 세계 160개국에서 56억1천만 달러 규모의 물자·서비스를 조달했고, 백신 27억8천만 회분을 공급했다. 이는 저가 대량 조달과 품질보증,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사회성과를 창출하는 동시에 기업에 예측 가능한 수요를 제공한다. 글로벌펀드의 공동조달 메커니즘은 2023년에만 약 13억4천만 달러 규모 주문을 집행하며 다수 국가의 가격·공급조건을 개선했다. 미주지역의 PAHO 전략기금·순환기금은 다수 회원국에 공동 구매를 제공, 단독 구매 대비 가격을 크게 낮추는 구조로 평가된다. WHO의 2024 백신시장 보고서도 소수 공급자·수요 집중 등 구조적 과제를 지적하며, 다자조달 채널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 전문가 진단과 시사점
사회적가치 연구진은 문제 해결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를 제안해 왔다. 국제보건 의제를 사회적가치 체계에 편입하려면 임팩트 지표와 보상 구조를 산업 정책·조달 정책과 연결해야 한다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페스타의 취지 또한 “누가 해결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창의적으로 해결하느냐”로 요약되며, 보건 의제의 참여 확대와 부합한다.
◆ 재단·기업을 위한 실행 제언
첫째, 국제보건 R&D 과제의 사회성과를 IRIS+ 기반 산출·결과 지표로 구조화해 국내 임팩트 투자·CSR 보고 체계에 동시에 반영한다.
둘째, 유니세프·글로벌펀드·PAHO 등 다자 조달 채널과의 얼라인을 초기부터 제품 개발 로드맵에 내재화해 규제·품질·공급계약 선결조건을 앞단에서 확보한다.
셋째, “자선 vs 시장” 이분법을 피하고, 공공조달을 통해 확보한 규모의 경제를 본국·신흥시장 포트폴리오와 연동하는 가격·채널 전략을 설계한다.
넷째, 올해 페스타에서 가시화된 AI·디지털헬스 흐름과 백신·진단의 결합을 추진한다. 예컨대 예측수요 모델링, 냉장유통 최적화, 현장진단 AI 소프트웨어는 임팩트와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 전망
올해 행사는 전통적 사회공헌과 기술 중심 의제를 넘나드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LG화학 세션에 국제보건 주체가 동석하고, ICT 기업들이 AI 기반 ESG 사례를 확장하는 흐름은 보건의료 의제가 사회적가치 생태계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재단·기업이 임팩트 측정과 글로벌 조달 전략을 동시에 강화한다면, 국내에서도 국제보건이 사회적가치의 본류로 자리 잡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