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챗봇과의 대화 끝에 망상과 현실 감각 상실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AI 정신병’ 논란이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공포가 과장됐다고 지적하지만, 전문가들은 “취약한 개인에겐 실제 방아쇠가 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챗봇 대화 후 일부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AI 정신병(AI psychosis)’ 현상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사이콜로지투데이 등에서 보도한 사례들이 대중의 이목을 끌었지만, 실제 발생 빈도와 인과관계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 드문 사례, 그러나 주목받는 이유

해외 언론은 챗봇과 과도하게 대화한 후 망상, 피해 의식, 현실 감각 상실을 호소하는 일부 사례를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발병률은 극히 낮다”고 진단한다. 임상심리학자 앤드루 프리드먼 교수는 “연간 1만 명 중 1명에서 10만 명 중 1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과학적으로 통계가 축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챗봇이 원인인가, 취약성이 드러난 것인가

정신의학계에서는 이 현상이 ‘챗봇이 정신병을 유발했다’기보다는 이미 취약한 개인이 자극적 경험을 통해 증상이 발현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도현 교수는 “정신병은 기본적으로 신경학적·유전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외부 요인은 방아쇠 역할에 불과하다”며 “챗봇 대화가 그 역할을 했을 수 있으나 본질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기반

정신분열증이나 망상장애 같은 정신병적 증상은 도파민 신경전달 이상, 뇌 구조 변화 등 생물학적 기전을 갖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챗봇에 의한 정신병 유발 주장을 ‘개념적 범주 오류(category error)’로 본다. 예를 들어, “챗봇 대화로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비과학적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유사한 사회적 사례

역사적으로 새로운 매체나 기술이 대중의 혼란을 일으킨 사례는 있었다. 1990년대 러시아에서는 예술가 세르게이 쿠리오힌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레닌이 버섯에 중독돼 결국 버섯으로 변했다”는 풍자적 다큐 형식을 방영했고, 당시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사실로 믿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를 들어 “AI 챗봇 현상도 사회적 불안과 신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이 결합된 문화적 현상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 향후 연구 과제

심리학계에서는 ‘AI 정신병’ 논란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지 않고, 디지털 환경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은 “향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챗봇 대화와 정신질환 발현 간 상관관계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과장하면 불필요한 공포심을 키울 수 있고, 과소평가하면 취약 계층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