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인공지능이 직업 전체를 대체하기보다 업무 단위로 침투하며 노동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벌과 경력의 가치가 약화된 시대에 생존하려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희소성과 AI를 더 잘 활용하게 만드는 보완성을 갖춘 ‘T자형 인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AI가 바꾸는 일자리의 구조적 변화
경제학자 이네스 리 교수는 “10년 전 밤새워 만든 문헌 조사 보고서를 이제는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더 정확하게 만들어낸다”고 토로했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AI는 특정 직업 전체를 대체하기보다는 개별 업무 단위에 점진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예컨대 상품 관리자는 일정 운영, 명세서 작성, 회의 주관, 데이터 분석, 사용자 인터뷰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 가운데 문서 정리나 데이터 요약처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과제가 먼저 자동화되고 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부분 자동화 단계에서는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지며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일어나지만, 자동화 비중이 임계점을 넘으면 직종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 경쟁력의 핵심은 희소성과 보완성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노동시장에서 ‘희소성’과 ‘보완성’이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AI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일수록 사람의 가치는 높아지고, 동시에 AI를 더 잘 활용하게 만드는 기술적 보완 역량은 시장에서 큰 보상을 받는다. 기업 컨설턴트들은 이를 “AI와의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더 높은 성과를 내는 능력”으로 규정한다. 이미 이메일 요약이나 회의록 정리와 같은 단순 태스크는 ‘무한 공급’ 상태가 되어 인력 수요가 거의 사라진 반면, AI를 프로젝트 전체 맥락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조율 능력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 T자형 인재 전략의 세 단계
커리어 전문가들은 이른바 ‘T자형 인재 전략’을 통해 AI 시대에 대비할 것을 권고한다. 첫 단계는 풀스택 역량 개발이다. 이는 특정 분야의 모든 구성 요소를 폭넓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풀스택 엔지니어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이해하고, 풀스택 마케터는 이메일 캠페인부터 SNS, 검색 최적화, 광고 운영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AI는 개별 과제 수행은 뛰어나지만, 전체를 묶어내는 역할은 아직 인간에게 남아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인접 분야로의 확장이다. 마케팅 담당자가 데이터 분석과 UX 디자인을 이해하거나, 의료인이 의료정보학과 보험 청구 과정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세부 분야에서 최고가 될 필요는 없으며, 협업하고 번역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인간만의 횡단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공감, 갈등 조정,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력과 같은 기술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맥킨지 보고서는 2030년까지 사회·감정적 기술의 수요가 2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과정으로서의 미래 대비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커리어 전략은 ‘완료된 미래 대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새로운 틈새 시장은 끊임없이 열리고 또 닫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은 단순하다. 대체 불가능한 깊이를 유지하면서 인접 영역으로 확장하고, 동시에 인간 고유의 스킬을 증폭시켜야 한다. AI와 경쟁하기보다, AI를 활용하되 한 단계 앞서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실행법은 구체적이다. 첫째, 자신의 역할을 구성하는 3~5가지 요소를 점검하고 가장 약한 부분부터 보완해야 한다. 둘째, 협업 과정에서 의존하지만 직접 수행하지 않는 인접 스킬을 지도화한다. 셋째, 인간적 스킬 가운데 갈등 해결이나 윤리적 판단 같은 요소를 하나 선택해 훈련한다. 넷째, 매달 하나의 기술을 학습해 언어와 모델의 기본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 다섯째, 배운 내용을 실제 프로젝트에 곧바로 적용해 경험을 쌓는다.
실제로 한 글로벌 의료 스타트업은 AI가 진단 보조를 맡으면서 의사들이 환자와의 대화와 공감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도록 재편했다. 이로 인해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의료진의 직무 스트레스도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궁극적으로 AI 시대의 생존 전략은 AI가 침투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AI를 더 유용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치는 매일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학습과 실천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