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웹을 누가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실행’하느냐의 경쟁이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연어 중심의 NLWeb과 에이전틱 웹 구상을 내놓고, 퍼플렉시티가 크롬 인수까지 제안한 가운데, 다음 세대 인터넷은 에이전트가 쓰고, 읽고, 협업하는 공간으로 이동 중이다.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프레임워크와 프로토콜이라는 두 축을 선점해야 한다.

◆ 글로벌 IT 공룡이 여는 ‘에이전트 인터넷’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자연어 기반으로 웹을 제어하는 NLWeb을 공개하며, ‘에이전트 인터넷(Agent Internet)’ 시대를 공식화했다. 단순히 검색이 아니라, 사용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웹 환경을 직접 조작하는 에이전트 중심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불과 이틀 전 퍼플렉시티가 구글 크롬 인수를 제안한 사건 역시, 브라우저에 단순 기능을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브라우저 자체를 에이전트 실행환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 보이지 않는 두 축, 프레임워크와 프로토콜

에이전트 인터넷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는 프레임워크와 프로토콜이다. 프레임워크는 에이전트 실행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책임지고, 프로토콜은 인프라·툴·다른 에이전트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AutoGen이나 LangGraph 같은 프레임워크는 에이전트들의 상호작용을 조율하고, MCP(Model Context Protocol)·ANP(Agent Networking Protocol) 같은 프로토콜은 외부 시스템과의 통신 규칙을 제공한다. 학계에서도 이를 ‘보이지 않지만 필수적인 구조적 기반’으로 지목한다.

◆ 한국 기업의 과제, 고립된 생태계 탈출

그러나 한국 대기업 생태계는 여전히 그룹사 표준과 내부 통합에 치중해 왔다. 오픈 API 생태계에 참여한 경험이 적고, 글로벌 표준 통신망 위에 올라타는 시도는 미약하다. 실제로 국내 일부 에이전틱 프로젝트조차 기존 레거시 문제 해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 국내 대학 연구자는 “에이전트가 새로운 워크플로우와 UX를 창출하는 단계에 들어섰는데, 한국은 여전히 ‘LLM 연동 래퍼(wrapper)’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 신데렐라 모먼트, 연결이 만드는 가치

에이전트 인터넷은 결국 서로 다른 도메인의 에이전트들이 협업하는 순간에 진가를 발휘한다. 가전업체를 예로 들면, 세탁기가 건조기와 전기요금 정보를 주고받으며 최적의 작동 시간을 조율하고, 캘린더 에이전트가 일정 정보를 분석해 자동으로 회의를 제안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데렐라 모먼트’에 비유한다. 호박 마차, 시계, 쥐, 주전자가 신데렐라를 위해 협력했던 장면처럼, 개별 에이전트들이 연결과 조율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 SaaS 시장도 이미 변신 중

Swit과 같은 협업형 SaaS 기업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해외에서는 에이전트 기반 마이크로 SaaS, 나아가 Agent-as-a-Service로 재편이 진행 중이다. 여전히 LLM 하나 붙인 서비스로 버티고 있다면 이는 거대한 변화 흐름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특정 도메인에 최적화된 에이전트 패키지들이 SaaS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 그림 설명: 에이전트 프로토콜 레이어 구조

최근 학계 논문에 따르면, 에이전트 인터넷은 크게 세 층위로 나눠진다. 최상단에는 사용자가 접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있고, 그 아래에는 AutoGen·LangGraph 등과 같은 실행 프레임워크가 자리한다. 최하단에는 MCP, ANP, ACP 등 프로토콜이 있어, 인프라·툴·다른 에이전트와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이 구조 덕분에 에이전트는 내부적으로는 모델과 인프라를 호출하고, 외부적으로는 다른 시스템과 협업할 수 있다.

◆ 해외 기업 실제 사례

마이크로소프트는 NLWeb 공개를 통해 ‘말하는 대로 움직이는 웹’을 선언했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지시하면 브라우저가 직접 실행하는 구조다.

퍼플렉시티는 구글 크롬 인수 제안으로 글로벌 파장을 일으켰다. 단순 검색이 아닌 브라우저 자체를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도입해 자사 모델을 에이전트 친화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이는 특정 기업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에이전트와 연결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 전문가 진단

서울대 AI정책센터 한정훈 교수는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표준을 선점하는 쪽이 승자가 된다”며 “한국 기업이 지금이라도 글로벌 프로토콜을 수용하고, 자사만의 ‘고유한 연결 방식’을 상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AI 인터넷 시대의 주도권을 놓치면, 또다시 해외 기술을 수입하는 위치에 머무를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 결론

인터넷의 다음 페이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쓴다. 점진적 진화가 아닌, 규칙이 송두리째 바뀌는 전환기에 한국 기업이 취할 전략은 명확하다. 글로벌 표준 위에서 뛰되, 자사 도메인 특화 연결성을 무기로 한 ‘에이전틱 상품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