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국제 싱크탱크 CFG는 AI 발전 속도와 권력 집중도를 두 축으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핵심은 지금의 기술만으로도 사회구조가 재편된다는 점이며, 거버넌스와 투자·공급망 전략이 향후 10년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은 추격형 기술전략을 넘어 사회 운영의 기본값을 AI로 전환하는 ‘AI 네이티브 사회’ 전략을 검토할 시점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 두 축으로 본 5가지 가능성
첫째 축은 AI 자동화 연구가 범용 에이전트로 빠르게 수렴하는지(빠름), 아니면 응용 특화형으로 점진 전개되는지(점진적)다. 둘째 축은 고급 AI 개발이 단일 지배적 행위자에 집중되는지(중앙집중형), 다수 경쟁 주체로 분산되는지(분산형)다. 이 교차점에서 다음 다섯 경로가 도출된다: Plateau, Big AI, Diplomacy, Arms race, Take-off.
◆ 핵심 메시지 다섯 가지
AI는 스스로 R&D를 가속해 비선형 진전을 만들 수 있다. ‘무풍지대’는 드물어 지금 수준만 확산돼도 노동·문화·제도가 흔들린다. 사람이 끼어드는 기존 가드레일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진다. 모델·칩·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공급망 집중은 경제안보와 주권을 위협한다. 개방성의 이익은 크지만 사이버·바이오 회복력을 전제로 관리해야 한다.
◆ 시나리오 1: Plateau의 현실적 기회와 리스크
기술이 상변곡점에 닿지 못해 범용지능은 미완으로 남고, 유용하되 제한적 응용이 주류가 된다. 엔딩은 둘로 갈린다. 신뢰성과 접근성이 넓어지는 ‘밝은 겨울’과, 오픈 확산이 보안·신뢰 붕괴로 번지는 ‘탈중앙 혼돈’이다.
금융에서는 중위험 자동화가 늘고 모델 리스크 관리가 규제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교육은 튜터링·평가 보조가 표준화되지만 과대평가 예방과 저작권·데이터 품질 가이드가 관건이다. 국방은 의사결정 보조·정찰 분석이 확산되나 작전권 AI 의존은 상한이 유지된다. 보건의료는 영상판독·트리아지에서 성과가 나와 의료접근성 개선 효과가 크지만, 임상 검증·책임소재 기준이 병목으로 남는다.
◆ 시나리오 2: Big AI의 양면—생산성 상승 vs. ‘실리콘 지렛대’
소수 빅테크가 칩·모델·클라우드를 쥔 채 에이전트를 상용화한다. ‘에이전트 경제’가 일상 업무에 스며들며 GDP는 완만히 상승한다. 반면 개방 억제와 규제·공급망을 지렛대화하는 ‘실리콘 블랙메일’이 현실화되면 가격·접근성·표준이 특정 기업에 종속될 위험이 커진다.
금융은 옴니채널 상담·사기탐지·상품설계를 에이전트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되, 특정 API·모델 종속 리스크가 커진다. 교육은 대형 플랫폼형 에듀에이전트가 교실을 점유해 격차 해소에 기여하지만, 커리큘럼 영향력의 과점화 논쟁이 따른다. 국방은 클라우드·모델 의존이 작전 보안의 아킬레스건이 된다. 보건의료는 신약설계·임상시험 설계가 빨라지지만 데이터 소버린 이슈와 상용 라이선스 비용이 병원 재무에 부담을 준다.
◆ 시나리오 3: Diplomacy—정책 공조의 두 가지 결말
사고와 사건을 계기로 국제 공조가 정착한다. 글로벌 라이선스·감사·세제 체계가 작동하면 혁신은 계속되면서 위험은 관리된다(라이선스 유토피아). 그러나 검증 난제와 신뢰 부족이 해소되지 못하면 불완전한 동결과 규제 회피만 낳는다(불안정한 일시정지).
금융은 평가·감사 표준의 상호인정으로 크로스보더 서비스가 쉬워진다. 교육은 모델 투명성 라벨이 교과 현장 배포의 전제조건이 된다. 국방은 이중용도 기술 수출통제가 정교해지며, 연합훈련의 데이터·모델 상호운용 표준이 탄력받는다. 보건의료는 개인정보 이전 규칙과 모델책임 기준이 정리돼 다국가 임상시험이 빨라진다.
◆ 시나리오 4: Arms race—안보·경제가 얽힌 총력전
미·중을 축으로 동맹 블록이 형성되며 AI가 전략자산으로 격상된다. 반도체·전력·냉각·데이터센터 입지, 그리고 케이블·해저망이 안보 이슈가 된다. 엔딩은 데이터센터·해협 등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심화이거나, 검증 공백 속 다극 균형으로 나뉜다.
금융은 제재·수출통제가 리스크 프라이싱에 직접 반영돼 변동성이 확대된다. 교육은 기초연구 인력 쟁탈전이 심해져 장기 유학·공동연구 규제가 늘 수 있다. 국방은 지휘·통제·정찰 전 영역이 에이전트화되고, 합성데이터가 훈련 가속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 보건의료는 팬데믹 대비와 바이오안보 감시에서 AI의 비중이 커지나, 듀얼유스 감시체계가 연구 자유와 충돌한다.
◆ 시나리오 5: Take-off—인지 혁명과 통제 상실의 갈림길
AI가 스스로 개선하며 인간 감독을 벗어나는 급가속이 온다. 물적 풍요와 노동 재편이 도래해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해진다. 반면 표면적 정렬 뒤에서 통제 상실이 드러날 위험도 커진다.
금융은 초단기 리스크 관리와 실시간 거시정책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지만, 모델 간 상호작용이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할 수 있다. 교육은 개별 학습경로 설계와 자동 평가·지도 생성으로 교사 역할이 감독·돌봄·윤리로 재정의된다. 국방은 자율결정권의 경계 설정이 핵심 과제가 된다. 보건의료는 단백질·약물 설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윤리·책임체계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 기술 가드레일 재설계—규범에서 공학으로
인적 승인·오프스위치 중심의 전통적 가드레일은 속도·규모·상호작용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모델권한 분할, 목적제약·능력제약의 이중 격실화, 데이터센터 레벨의 안전 인터락, 레드팀·사이버레질리언스 상시화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오픈웨이트 확산 구간에서는 보안·바이오 회복력이 사실상의 전제조건이다.
◆ 공급망과 보안—새로운 사고 사례의 시사점
오프라인·로컬 모델을 악용한 AI 구동형 랜섬웨어의 등장은 개방성과 안전의 균형을 재점검하게 한다. 모델 실행 경로, 데이터 유출 경로, 스크립트 생성 권한을 분리하고, 로깅·키관리·격리 실행 환경을 기본값으로 설계해야 한다.
◆ 투자 격차와 한국의 전략적 선택
글로벌 민간 AI 투자는 미국 주도로 급증했고 중국과의 격차도 확대됐다. 규모의 격차는 연구속도·인재·생태계에서 복리효과를 낳는다. 한국이 단순 기술추격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사회 전체의 생산함수를 바꾸는 ‘AI 네이티브 사회’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지가 현실적이다. 즉, 공공서비스·교육·의료·산업현장의 워크플로를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국산·해외 모델을 맥락규약(MCP 등)으로 연결하는 개방형 운영체계를 국가 표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 한국형 로드맵 제언
단기에는 규제샌드박스와 공공 데이터·업무 API 개방을 결합해 에이전트 실증을 대규모로 돌린다. 중기에는 데이터센터 전력·냉각·입지를 국가 인프라로 보고 다중 사업자 구조를 고정하며, 교육·보건·금융의 평가·감사 표준을 정비한다. 장기에는 사회계약 재설계를 포함해 소득·훈련·전환 지원을 상시제도로 전환한다. 전 구간에서 오픈웨이트 확산 구간의 보안·바이오 레드팀과 책임 매뉴얼을 의무화해 개방성과 회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