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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의 출발점: 대통령의 직격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이 한마디가 LH 개혁의 불씨를 지폈다. 단순히 공급 속도를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토지 매각 중심 구조 자체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진단이었다.
◆ 개혁위원회 출범과 핵심 과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LH 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개혁의 첫 단추를 꿰었다. 민간위원장으로는 주거정책 연구와 자문 경험이 풍부한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위촉됐다. 개혁위는 크게 세 가지 과제를 다룬다.
택지개발과 주거복지 사업 구조 개편
LH 기능과 역할 재정립
책임 있는 경영 체계 확립
위원회 논의가 단순 자문에 그치지 않도록, 국토부 내에는 ‘LH 개혁 기획단’을, LH 내부에는 ‘개혁 추진단’을 설치했다. 이들은 위원회 논의를 종합 조율하고 현장 적용 방안을 구체화하는 실무 조직이다.
◆ LH 구조 개편, 왜 필요한가
LH는 지금까지 토지를 개발해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공성보다 수익성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택지 공급이 곧바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민간 건설사들이 높은 땅값을 주고 매입해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임재만 교수는 국회 토론회에서 “토지를 팔지 않아도 공공임대주택 건설·운영 자금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LH가 주거복지 기관으로 본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
해외에서는 토지 매각보다 장기 임대·직접 공급 구조가 일반적이다.
독일은 지방정부가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장기 임대해 사회주택을 확충했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의 80% 이상을 국가가 직접 공급·관리한다.
일본도 도시재생기구(UR)가 공공임대와 장기 임대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여전히 토지 매각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주거 안정은 요원하다”며 해외 공공주택 모델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 재정 부담 논란과 해법
LH가 토지를 팔지 않고 직접 사업을 시행할 경우,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다. 정부 예산 투입 없이는 공공임대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계는 “재정 부담은 단기적으로 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거 안정성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주거 불안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공적 재정 투입은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국민 참여·신뢰 회복이 관건
국토부는 이번 개혁 과정에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와 자문단을 운영해 신혼부부, 임차인 등 수요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LH 임직원 투기 사태 이후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개혁 과정의 투명성과 국민 참여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 전망: 내년 상반기 청사진 공개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혁 청사진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단순한 구조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LH가 ‘토지 매각 기관’에서 ‘주거복지 기관’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룰지가 관건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