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키메라(Chimera)’는 그래프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세계 최초로 완전 통합한 시스템이다.
저장 계층과 질의 처리 계층을 동시에 재설계한 이 기술은 국제 벤치마크에서 최대 280배 성능 향상을 입증하며,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 기존 한계를 깨뜨린 세계 최초의 시도
데이터베이스는 오랫동안 두 갈래로 나뉘어 발전해왔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는 정형화된 데이터를 표(table)로 관리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고, 그래프 데이터베이스(Graph DB)는 복잡한 연결관계를 표현·탐색하는 데 최적화되어왔다.
그러나 기업과 연구 현장은 점점 더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필요로 해왔고, 이는 늘 성능·효율성·일관성의 벽에 가로막혀 왔다.
KAIST 김민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키메라(Chimera)’는 이 숙제를 정면 돌파했다. 연구팀은 그래프와 관계형을 단순히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저장 계층과 질의 처리 계층 자체를 다시 설계하여 세계 최초의 완전 통합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화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 듀얼 스토어와 트래버설-조인, 핵심 혁신의 결합
키메라가 독창적인 이유는 ‘듀얼 스토어’와 ‘트래버설-조인 연산자’라는 두 가지 핵심 혁신에 있다. 듀얼 스토어는 그래프 전용과 관계형 전용 스토리지를 동시에 운용하면서도, 질의 최적화 단계에서는 마치 단일 스토리지처럼 동작하도록 설계됐다.
이로써 대규모 그래프 데이터도 메모리 한계를 넘어 처리할 수 있고, 두 스토리지 간 데이터 일관성도 유지된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은 ‘트래버설-조인 연산자’를 고안했다. 이는 그래프 탐색과 관계형 조인을 하나의 실행 계획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그래프 탐색 결과를 중간 저장한 뒤 관계형 연산을 적용해야 했던 과정을 없앴고, 실행 경로를 동적으로 최적화하며 병목을 제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그래프와 관계형 연산이 진정으로 섞인 첫 번째 사례”라고 부른다.
◆ 벤치마크가 증명한 성능
연구팀은 국제 표준 벤치마크 LDBC SNB를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기존 상용 시스템 대비 최소 4배, 최대 280배까지 속도가 향상됐다.
특히 다중 홉(multi-hop) 순회처럼 복잡한 연산일수록 성능 격차가 극적으로 확대됐다. 또한 데이터 규모가 커져도 성능이 급락하지 않고, 메모리 부족으로 질의가 실패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그래프 DB는 메모리 기반 설계라 대용량 환경에서는 병목이 불가피했지만, 키메라는 디스크 기반 구조를 병행하면서도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 상용화와 산업적 파급력
이번 성과는 단순 연구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스타트업 GraphAI는 키메라 기술을 기반으로 ‘아카식DB(AkasicDB)’라는 이름의 상용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 거래망 분석, 전자상거래 추천 시스템, 보안 로그 상관 분석 등 관계형과 그래프를 동시에 요구하는 산업군이 주요 초기 시장으로 꼽힌다.
AI 응용에서도 의미는 크다. 대형 언어모델(LLM)과 같은 AI 시스템은 점점 더 복잡한 데이터 관계를 실시간으로 추론해야 하는데, 기존 DB 구조로는 병목을 피하기 어려웠다.
키메라는 이 한계를 넘어 AI가 ‘문맥 이해’와 ‘관계 추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는 금융 사기 탐지, 맞춤형 추천, 자율 의사결정형 에이전트 등 고도화된 AI 서비스 구현으로 직결될 수 있다.
◆ 학계와 업계가 바라본 의미
서울대 데이터베이스 연구자는 “관계형과 그래프를 단순히 붙여놓은 하이브리드 DB는 많았지만, 질의 처리 엔진과 저장 계층을 동시에 재설계해 완전 통합을 구현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며 “향후 대규모 지능형 서비스의 인프라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글로벌 IT 기업 관계자도 “키메라는 단순 성능 향상을 넘어 데이터베이스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특히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연결성 중심의 데이터 추론이 필수적이므로 시장 수요가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데이터베이스 진화의 분기점
결국 키메라의 등장은 데이터베이스 진화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관계형과 그래프라는 두 축을 단일 시스템 안에서 본질적으로 통합함으로써, 데이터의 저장·처리·추론의 경계를 허물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DBMS의 성능 개선을 넘어, AI 중심의 차세대 정보 인프라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