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대신 자극적 소재로 불 붙었다… 본래 취지 잃은 연애ㆍ결혼 리얼리티
- 사전 공지 없이 ‘남녀 혼숙’ 규칙 통보… 출연진 항의까지
- 문제에 대한 고찰 없이 출연진들의 자극적인 사연에만 집중
- “단기적인 관심은 끌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불쾌감과 피로만 높여”
메이커스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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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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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을 내세운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진정성 대신 자극을 쫓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 티빙 ‘환승연애’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각 방송사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에서는 유사한 콘텐츠를 내놓았다. 그러나 출연자들 간의 진정성이 아닌 자극적인 사연과 강도 높은 수위로 채운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자극적 소재 쫓는 연애 리얼리티
지난 6월 iHQ는 고강도 수위로 화제를 모았던 미국 연애 리얼리티 ‘투 핫’을 표방한 프로그램 ‘에덴’을 선보였다. 에덴은 첫 화부터 수영복을 입은 출연진들의 신체와 출연진 간의 과감한 스킨십을 조명하여 보여주었다. 이를 지켜보는 패널들은 “이게 방송에 나가냐”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제작진들이 출연진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남녀 혼숙 규칙을 알리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출연진 이승재가 제작진에게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연진 검증 논란도 있었다. 2019년 폭행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았던 출연진 양호석의 전과가 알려지며 큰 논란이 되었다. 양호석의 논란을 접한 에덴 시청자들의 지적이 계속되고 하차 요구까지 불거졌으나, 에덴 측은 마지막화까지 별다른 편집 없이 그를 출연시켰다. 지난 7월 12일 방송된 에덴 5화에서 양호석이 자신의 과거 폭행 혐의를 언급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제 자신을 좀 말리고 싶다”고 털어놨고, 다른 출연진들은 “용기 내서 나온 게 멋있다”고 박수를 보냈으나 이는 방송의 화제성을 위해 범죄를 ‘용기’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방영 종료 후에도 ‘에덴’의 각종 논란이 식지 않은 가운데, 웨이브는 지난 8월 서핑이 관심사인 남녀 출연진이 함께 생활하며 인연을 찾는 연애 리얼리티 ‘썸핑’을 내놓았다. 썸핑 측은 보도자료에서부터 ‘적나라한 수위’, ‘과감한 스킨십’ 등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미국 연애 리얼리티 ‘투 핫’과 비교하며 강도 높은 수위를 내세우는 등 에덴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의견이다.
▲본래 취지 잃은 결혼·이혼 리얼리티
자극적인 사연에만 의존하는 결혼ㆍ이혼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논란을 빚고 있다. 실제 이혼 커플의 모습을 담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 부부의 관계를 재정립 하겠다”는 취지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시즌 2부터 새롭게 합류한 유키스 출신 일라이와 지연수 전 부부는 서로의 상처를 들쑤시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재결합을 앞두고도 과거의 상처를 되풀이하는 두 사람의 자극적인 행태에만 집중하여 많은 비난을 얻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 부부의 모습을 담은 MBN ‘고딩엄빠’ 역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미성년 부부 출산과 임신에 대한 편견을 걷어낸다는 기존 취지와는 다르게 출연진들이 결국 가정의 파탄을 맞이하는 과정을 내보내면서 편견과 반감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소년 성 문제를 숨기려 하는 사회 분위기와 현실적으로 고찰해야 할 점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출연진들의 사정을 '보여주기'에만 치중하여 문제점을 고찰하고 성찰하는 부분은 매우 가볍게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진정성과 본 취지를 상실한 자극적인 콘텐츠들은 단기적인 관심은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청자의 불쾌감과 피로도만 높인다”며 “최근 연애 관련 콘텐츠들이 자극적인 서구의 콘텐츠만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국내 정서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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