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빙 크레이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진입했다.

기술 주권 확보를 내세우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진정한 ‘독자성’ 기준과 생태계 구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 기술 독립성과 장기적 산업 자립을 위한 정교한 설계에 따른 공모와 선정이 진행이 되고 있는지 꼼꼼히 전문가적 시선으로 따져본다

1. 공모 개요와 현재 상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6월 20일부터 7월 21일까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NAVER, LG AI연구원, SK텔레콤, KT, 카카오, NC AI 등), 유망 스타트업(업스테이지, 루닛, 코난테크놀로지 등), 그리고 연구기관(KAIST 등)을 포함해 총 15개 팀이 참여했다.

선발 방식은 ‘서바이벌 구조’로, 최대 5개 팀을 우선 선정한 후 6개월 단위의 기술 검증과 경쟁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2개 내외의 팀만이 정부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전체 사업 예산은 약 1,936억 원 규모이며, 정부는 이를 ‘한국형 AI 주권’ 확보의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최종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산업 전반에 AI 기술 활용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2. 평가 기준과 독자성 기준

심사는 문서 및 실물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팅 인프라(GPU 등), 데이터 확보 수준, 인재 보유 현황, 그리고 실제 모델 개발 이력과 계획의 구체성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성능 기준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출시된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을 충족해야 하며, 한국어 특화 성능과 안전성도 주요 항목으로 포함된다. 모델의 독자성 역시 매우 중시된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모델(Llama 등)을 기반으로 후처리(Post-training)하거나 파인튜닝만 한 모델은 ‘독자 모델’로 간주하지 않는다. 정부는 명확히, 기존 해외 오픈모델 혼합만으로는 선정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3. 주요 논란 및 구조적 문제점

첫째, 심사 기준의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초기 사업설명회에서는 글로벌 오픈모델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혼선이 있었고, 이에 따라 ‘진정한 자체 기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둘째, 기술적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대형 오픈소스 모델 구조를 변형한 개발이 대부분일 경우, 한국형 ‘소버린 AI’라는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실제 일부 업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국산화의 껍데기만 남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셋째, 인재와 자원의 편중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초부터 구축한 경험이 있는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업의 브랜드나 자본력보다, 실제 AI 모델 설계·훈련·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넷째, 생태계의 다원성과 장기적 자립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 공모 참여가 대기업 위주로 쏠리며, 스타트업이나 중소 연구조직의 실질적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술축적 및 협력 생태계 확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 정부 정책 방향과 실행 관점

정부는 이번 사업을 ‘소버린 AI’ 확보 전략의 중추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 독립성은 물론, AI의 안전성, 투명성, 신뢰성까지 함께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발이 완료된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산업과 사회 전반의 AI 혁신을 촉진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정책의 실행 측면에서는 여러 미비점도 존재한다. 예컨대, ‘진정한 독자 모델’ 기준이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고, 데이터·인재·GPU 등 핵심 인프라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확보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뚜렷하지 않다.

과도한 평가 중심 경쟁 구조가 중소기업의 참여 의지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우려된다.

결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국내 인공지능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중대한 시도이자 정책적 전환점이다.

하지만 단순한 국산화 구호를 넘어, 진정한 기술 독립성 확보와 평가 기준의 명료화, 인재·자원 편중 해소, 장기적 생태계 설계가 필요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독자성’의 본질에 대해 보다 엄격하고 정교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이 사업은 대외 경쟁력 강화보다는 국내 자원의 반복적 소모에 그칠 위험이 크다.

이제는 ‘진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