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6일, 상하이 황푸강변의 엑스포전람관. 새벽부터 몰려든 관람객들로 전시장은 일찌감치 붐볐다.
무더운 여름 기운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다.
2025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는 기술력 최전선과 현장 시연, 산업 생태계 혁신의 진면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
중국은 글로벌 AI 주도권을 향한 빠른 ‘기술 독립’과 ‘생태계 내재화’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으며, 관람객의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사례가 대거 소개됐다
이를 위해 올해 WAIC(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는 ‘AI 시대의 글로벌 연대’를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전시 면적은 7만㎡를 넘었고, 총 800여 개의 국내외 기업과 3,000여 개의 전시품이 소개됐다.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기술패권 전쟁의 최전선이 상하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상하이 2025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심층 현장 분석
▶인공지능 기술의 사회적 임팩트
2025 WAIC를 통해 확인된 가장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 확장이다.
예를 들어, AI 아바타를 통한 실시간 온라인 교류 증대, 의료 데이터 분석의 보편화, 로봇 자동화가 공공 서비스와 일상에 적극 도입되며 중국 내 실제 시민 생활 변화가 가속화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행사장에서는 ‘AI 윤리’와 신뢰성, 기술 남용 방지방안에 대한 공개 토론도 열렸으며, 신생 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연구진들도 투명성과 공공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생생한 체험과 산업 협력 확대
올해 WAIC는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을 위한 체험형 전시·세미나도 확대했다.
로봇 카페, AI 뮤지션, 실시간 감정 인식 챗봇 외에도, 실제 교실/병원 재현관에서 AI 기반 수업, 진단 보조 서비스를 직접 시연해 볼 수 있었다.
또, 대회 기간 중에는 중국 주요 지방정부, 글로벌 ICT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간 신기술 협력·인재 교류 협약이 수십 건 체결되었다. 이는 ‘산학연관’ 융합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국의 적극 전략을 잘 보여준다.
▶AI 산업 전망과 중국의 주도권 의지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또 하나의 중요한 결론은 중국이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서 자체 생태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 바이두 등은 미국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체 반도체, LLM,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시적 성과를 지속하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어필했다.
동시에 빅테크 뿐 아니라, 수십 개의 신생 AI기업·벤처들이 ‘딥러닝’, ‘자연어 처리’, ‘로보틱스’ 등에서 빠른 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 바이두의 아바타 ‘노바’, 진짜 사람처럼 말하고 웃었다
중국의 IT 공룡 바이두는 대회 첫날부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형 아바타 기술 ‘노바(NOVA)’는 대형언어모델 ‘원신(文心, Wenxin)’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인간 디지털 복제 기술이다.
현장에서 시연된 루오융하오(중국 유명 사업가 겸 인플루언서)의 디지털 아바타는 단 10분의 영상 학습만으로 실제 음성, 말투, 제스처, 심지어 틱(tic)까지 구현해냈다.
바이두 부스 관계자는 “교육, 방송, 의료 등에서 이미 시범 적용 중이며, 오는 10월에는 파트너사 대상으로 API 형태로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람객 중 일부는 “심지어 인간보다 더 인간 같다”고 평가했다.
🔹 화웨이, ‘성텅 384 슈퍼팟’ 실물 첫 공개… “중국판 AI 슈퍼컴”
관심이 집중된 또 하나의 부스는 단연 화웨이였다. AI용 슈퍼컴퓨팅 하드웨어인 ‘성텅(昇腾) 384 슈퍼팟’(Atlas 900 A3 superPoD)이 세계 최초로 실물 공개됐다.
총 16개 캐비닛, 384개의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탑재한 이 시스템은 초당 300페타플롭스(PFLOPS)의 연산 성능을 자랑한다.
현장 기술진은 “GPU 병목 없이 고속 연산이 가능하고,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스택으로 시스템 통합 최적화가 이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에 비해서는 일부 효율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중국 내 자립형 AI 연산 인프라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통신 3사와 국방, 우주 항공 분야에 공급 협의 중이라는 점도 공개됐다.
🔹 신흥 中 AI기업, 존재감 뽐낸 현장… 美·유럽은 조용했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AI 주도권 전쟁의 축이 명확히 보였다. 딥시크(DeepSeek), 센스타임(SenseTime), 쿤룬신용 등 중국의 신흥 LLM 기업들이 전면에 나섰고, 많은 부스는 자사 LLM을 기반으로 한 산업별 솔루션을 실시간으로 시연했다.
반면, 미국 빅테크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구글은 소규모 부스로 참가했고,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별다른 행사 없이 브랜드만 노출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딥시크는 행사 공식 파트너사로 대대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정작 전시장에는 부스를 차리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현장 취재진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가 전략이 기업들을 무대 중앙에 올려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AI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 대회 총평 – ‘기술’, ‘정치’, ‘산업’의 모든 프론트라인이 된 상하이
2025 WAIC는 단순한 박람회가 아니었다. 그 자체로 글로벌 AI 기술의 흐름, 국가 간 경쟁, 그리고 시장의 방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바이두 노바 아바타는 ‘디지털 휴먼’ 시대의 문턱을 실감나게 보여주었고, 인간 고유의 개성까지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했음을 입증했다.
화웨이의 슈퍼팟은 하드웨어 자립이라는 중국 AI의 독립 노선이 단순 선언이 아닌 현실로 도래했음을 시사한다.
중국 스타트업의 존재감은 기술 고도화 속도가 가히 폭발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줬고, 미국·유럽 기업의 제한적 참여는 전략적 재조정 혹은 정책 리스크 회피로 해석된다.
올해 대회에서만 ‘세계 최초’ 신제품 발표는 100건 이상, 대형언어모델(LMM)은 40여 종, 스마트 로봇은 60여 종, AI 단말기는 50여 종 이상이 전시됐다.
참여 기업 수 기준으로도 중국 기업이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술 주도 야심이 더는 은밀하지 않다는 점을 상하이 현장은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주목받은 AI 적용 사례
이번 대회에서는 단순 기술 전시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AI 기술들이 집중적으로 공개됐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플라이텍의 ‘AI 칠판’이 시연되어, 교사와 학생이 동시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실시간 피드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의료분야에서는 실시간 진단 지원 및 환자 맞춤형 데이터 분석 기술이 주목받았다. 현장을 찾은 일부 교육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과 AI 활용의 차이가 체감된다”며 향후 신속 도입 의지를 드러냈다.
◆대형언어모델(LLM)과 AI 하드웨어 경쟁 구도
이번 행사에서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중국 빅테크는 모두 자체 또는 호환 가능한 LLM을 대거 공개했다.
화웨이는 자체 슈퍼팟 기반 LLM을 강조했으며, 알리바바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미 자사 AI 기술을 활용 중임을 부각했다. 한 화웨이 관계자는 “80개 이상의 주요 LLM 솔루션이 어센드(성텅) 기반으로 호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엔비디아와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은 직접 기술 시연보다는 협력 현황 중심의 정보에 그쳤다.
◆외국 기업과 중국 혁신 기업의 명암
글로벌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참여를 보인 반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중국 신생 AI기업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전시 부스를 중국 내 기업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업계 내 신생 벤처들이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에 비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부스는 비교적 소규모에 그쳤고, 미국 LLM ‘딥시크’ 부스가 보이지 않는 등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최신 AI 기술 시민 체험 확대
관람객 입장에서는 로봇 바리스타, AI 기반 실시간 통역, 감정 인식 시스템 등 현장 체험 기회가 예년보다 크게 확대됐다.
대회의 한 관람객은 “이전엔 개념적으로만 들었던 기술을 직접 만져보고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라 평했다.
이는 AI가 실제 서비스와 생활 곳곳에 침투하는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결론
상하이 2025 세계인공지능대회는 중국 AI 생태계의 기술 독립, 혁신 확산, 글로벌 시장 주도권 강화 의지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일상생활과 산업 현장에 직접 연계한 시연 사례들이 대거 공개되었고,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와 함께 신기술 확산의 최전선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번 WAIC 2025는 공공과 산업, 그리고 개인 일상까지 아우르는 AI 기술의 실질적 영향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대규모 ‘혁신 시연장’이자 ‘미래 청사진’의 장이었다.
중국이 AI에서 글로벌 선도권 확보에 얼마나 집념을 갖고 있는지, 실제 현장 취재와 신기술 시연, 전문가 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 취재: 상하이 한인회 청년부 현장 리포터단 | 정리 및 보완: 이길환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