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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성장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선제적 규제 움직임 속에서, 한국도 통화 주권 보호와 결제 인프라 혁신을 목표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발행 주체, 금융 안정성, 감독 체계 등 주요 쟁점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와 배경

2025년 6월,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구체화한 것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미국의 ‘GENIUS Act’ 통과와 EU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 등 글로벌 흐름에 대응해, 한국은 통화 주권 보호와 디지털 결제 인프라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5월 유튜브 라이브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서둘러 진입해야 국부 유출을 막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의 국내 거래량 급증이 원화 가치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법안의 주요 내용: 진입 장벽 완화와 엄격한 감독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발행 요건과 인가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하며, 자본금 50억 원 이상인 주식회사나 금융회사, 또는 국내 지점을 둔 외국 법인만 발행이 가능하다. 초기 논의에서는 자본금 기준을 5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제기되었으나, 금융 안정성을 위해 50억 원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발행사는 전산 설비와 전담 인력을 갖춰야 한다.

• 준비자산과 상환 의무: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 잔액의 100% 이상을 현금, 요구불예금, 만기 1년 이하의 국채나 지방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디페깅(가치 고정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고, 파산 시 사용자 자산을 우선 보호한다. 발행 계획과 상환 준비를 담은 백서 제출도 의무화되었다.

• 투자자 보호 강화: 가상자산 거래소는 스테이블코인 상장 전후로 정기적인 적격성 평가를 실시하며, 기준 미달 시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위반 시 거래소는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이자 지급은 금지되어 은행 예금과의 혼란을 방지한다.

• 감독 체계: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감독하며, 자료 제출 요구와 긴급 조치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도 포함되어 정책 조율과 산업 육성을 담당한다.

◆시장 현황: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과 한국의 도전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현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약 3분의 2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체 규모는 연간 27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2025년 1분기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이 57조 원을 기록하며, 세컨드 결제수단, 역외 송금, P2P 금융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의 국내 거래량 증가가 원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2025년 3월 보고서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국내 금융 시스템과 원화의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례: 미국과 EU의 선도적 움직임

미국은 2025년 6월 ‘GENIUS Act’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정부 허가받은 은행과 기업으로 제한하고, 1:1 달러 또는 국채 담보를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도를 높이고 미국 국채 수요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EU 역시 2024년 말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 기준을 마련, 유럽 내 디지털 결제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다.

◆쟁점 1: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는 법제화의 핵심 쟁점이다. 법안은 시중은행뿐 아니라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에도 발행을 허용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는 민간의 혁신을 촉진하려는 의도지만, 한국은행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5년 5월 기자회견에서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고, 유동성 부족으로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업계는 민간 주도의 발행이 시장 확대와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미국의 USDT, USDC가 민간 발행으로 성공한 사례처럼,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참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 네이버 등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쟁점 2: 금융 안정성과 코인런 위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동반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준비자산 구조 불안정 시 디페깅과 코인런(대량 상환 사태)이 금융 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 위험이 현실화된 대표적 사례로, 한국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초래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안은 준비자산 100% 이상 보유와 정기 감사를 의무화했지만, 비은행 기관의 관리 역량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민간의 혁신성과 금융 안정성 간 균형을 이루는 점진적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전문가 진단: 혁신과 안정성의 균형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과 위험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시장의 불공정 구조를 해체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혁신적 촉매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저비용·고효율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존 은행 중심의 결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승필 한국외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통화 주권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핀테크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외 사례로 월마트와 아마존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점을 언급하며, “한국도 유통·IT 기업의 참여로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과 투자자 신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소식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카카오페이, 우리기술투자, 케이씨티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주가 주가 변동성을 보였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투자 열풍을 경계한다. JP모건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결제수단보다는 국내용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한적 활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남은 과제와 전망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주요 쟁점은 발행 주체(은행 vs 비은행), 준비자산 안전장치 강화, 통화정책 안정성 확보, 거래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 방안 등이다.

금융당국은 규제 샌드박스와 실증사업을 통해 점진적 도입을 검토 중이며, 2025년 하반기에는 대형 실물 거래에서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시범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결론: 상생과 신뢰의 제도화 필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한국 금융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혁신과 금융 안정성 사이의 균형, 통화 주권 보호와 시장 자유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금융당국, 업계, 학계 간 지속적인 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제도화는 한국을 디지털 금융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