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대표 서범석)이 정부 주도의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되며, 자회사 볼파라 헬스의 기술과 자체 AI 역량을 결합한 ‘AI 기반 개인맞춤형 유방암 전주기 통합관리 플랫폼’ 개발에 본격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과제 수주는 루닛이 지난해 인수한 볼파라와의 기술 시너지를 구체화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지원 30억 확보…글로벌 기술 도입해 국내 경쟁력 강화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2025년 전략기술형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글로벌기술도입형)'의 일환으로, 해외 우수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고 추가 개발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루닛은 이번 선정을 통해 총 3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2028년 6월까지 3년간 핵심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정부가 이번 사업을 통해 루닛을 선정한 것은 국내 의료 AI 기술이 단순 진단 보조를 넘어 예방, 관리, 예후까지 아우르는 ‘전주기(Whole Cycle)’ 솔루션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단편적인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정책 방향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볼파라 기술 결합…진단에서 예후 관리까지 ‘원스톱’ 솔루션 구상
루닛이 이번에 개발하는 플랫폼은 개인별 유방 밀도, 유방암 위험도, 예후 진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AI 기반 차세대 유방암 관리 솔루션이다. 핵심은 루닛의 자회사인 뉴질랜드의 볼파라 헬스가 보유한 검증된 기술을 루닛의 AI 기술과 융합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볼파라의 '볼파라 스코어카드(Volpara Scorecard)'와 ‘볼파라 덴서티(Volpara Density)’ 기술을 도입해 고도화한다.
'볼파라 덴서티’는 유방 촬영 사진(Mammogram)을 분석해 객관적인 유방 밀도를 측정하는 기술로, 유방 밀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고 검진으로 발견이 어려워 정밀 검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볼파라 스코어카드’는 이러한 유방 밀도와 연령, 가족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개인의 5년, 10년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모델이다.
이에 루닛은 자체 AI 판독 기술을 기존의 영상 분석을 넘어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고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는 영역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정밀 위험도 평가 ▲초기 진단 보조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 ▲수술 후 예후 관리 ▲주기적 추적 검진으로 이어지는 유방암 관리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전문가 진단]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김모 교수는 "현재 유방암 검진은 '1회성’에 가깝다. 매년 검진을 받지만,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검진 간격이나 방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루닛이 구상하는 플랫폼은 고위험군은 더 자주 정밀 검진을 받도록 하고, 저위험군은 불필요한 검사나 불안감을 줄여주는 '맞춤형 검진’의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인수 효과 가시화…'전략적 검진’으로 시장 판도 바꾼다
이번 정부 과제 선정은 루닛이 지난해 3천억 원 규모를 투자해 볼파라를 인수한 이후 기대했던 기술 및 사업적 시너지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회사의 기술적 결합은 전체 검진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검진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신규 플랫폼은 단순히 암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관리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즉, AI가 분석한 개인별 위험도에 따라 고위험군에게는 조기 개입을, 저위험군에게는 과잉 검사를 방지하는 '전략적 검진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는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불안감과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관련 사례]
미국의 경우, 일부 병원에서 유방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유방촬영과 함께 유방 초음파나 MRI를 병행하는 강화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주로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루닛의 플랫폼이 상용화되면, AI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가 강화 검진 대상인지 명확히 분류해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고, 검진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공략 나선다…FDA·CE 인증 획득 후 북미·유럽 진출 목표
루닛은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유럽 CE 인증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글로벌 유방암 검진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루닛의 국내 영업망과 볼파라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북미, 유럽, 호주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볼파라는 이미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병원에 유방 밀도 측정 솔루션을 공급하며 안정적인 시장 기반을 갖추고 있어, 루닛의 신규 플랫폼이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정부 과제 선정은 루닛의 AI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전략이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볼파라 인수를 통해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유방암 관리 기술과 루닛의 고도화된 AI 역량을 결합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차세대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