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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위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특정 지역에서는 수십억 원대의 고액 전세 거래가 이어지며 시장의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고급 주택이 밀집한 용산구 한남동입니다.

현금 여력이 풍부한 자산가들이 매매 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하고 전세를 선택하면서, 이 지역은 '전세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 ‘서울 최고’ 전세금, 한남동의 압도적인 1위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전세권 설정 등기 기준에 따르면, 한남동의 지난 6월 평균 전세금은 무려 26억 3,812만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 전세금(3억 4,216만 원)의 7배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한남동은 올해 2월 이후 매월 동·읍별 전세권 설정 평균금액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전세금이 높은 지역은 서초구 반포동으로 평균 25억 7,166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한남동과 반포동은 최근 들어 대규모 신축 고가 아파트와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며 '부의 상징지’로 자리 잡은 지역으로, 높은 전세금은 이러한 지역 특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2. '안전장치’로 작용하는 전세권 설정, 고액 거래의 필수 요건

전세권 설정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급하고 해당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받는 절차입니다. 보증금이 높은 일반 전세 계약에서는 임차인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전세권 설정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남동과 같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전세금 규모가 워낙 커지면서 임차인들은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전세권 설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세권을 설정하면 임차인은 임대인이 파산하거나 부동산을 경매할 경우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과 경매를 청구할 수 있는 '경매청구권’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3. 한남동 전세 시장을 움직이는 자산가들의 현금 전략

한남동의 전세 시장은 일반 서민과는 거리가 먼 자산가들의 자금 흐름에 의해 움직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남동의 대표적인 고급 아파트인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에서는 수십억 원대의 전세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남더힐: 지난 5월 235㎡ 규모의 아파트가 59억 8,500만 원에, 7월 13일에는 59㎡가 17억 9,000만 원에 전세 거래되었습니다.

나인원한남: 지난 4월 206㎡ 규모의 아파트가 70억 원에 전세 계약되었습니다.

이러한 고액 거래는 일반 세입자가 대출을 통해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가들의 현금 유동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나인원한남의 가장 작은 평형(206㎡) 전세 매물 호가조차 73억 원대부터 시작됩니다.

4. 반전세와 초고가 월세, 부의 흐름을 보여주는 또 다른 형태

고액 전세 외에도 한남동에서는 '반전세’와 ‘월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통상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20년 치)를 넘으면 '반전세’로 분류됩니다.

반전세 사례: 지난 4월 10일, 한남더힐 235㎡는 보증금 56억 원에 월세 42만 원으로 계약되었습니다.

초고가 월세 사례: 지난 7월 22일, 나인원한남 206㎡는 보증금 10억 원에 월세 3,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월세로 거래되었습니다. 이는 한 달 월세만 1,000만 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월세 계약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임차 형태는 한남동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을 보관하고 활용하는 ‘부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5. 시장 전체 침체 속, 한남동 전세는 왜 하락하지 않을까?

서울 전체의 전세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 전역의 전세 거래량은 1만 1,996건이었으나, 7월 30일 기준으로는 8,093건으로 약 30%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한남동 고가 주택 시장만큼은 예외입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에서도 대출 의존도가 매우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그는 "내년부터는 신축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임차인의 갱신권 사용이 늘어나면서 물량이 급감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세 가격이 하락하기보다는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남동의 고가 전세 시장은 서울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다른 별개의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의 파고를 넘어선 자산가들의 강력한 현금 수요와 지역의 한정된 공급 구조가 만나 시장을 안정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