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세상 참 재미나게 돌아간다. 이번엔 오라클이다. 한때 클라우드 시장에선 한참 뒤처진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오라클이, 이제는 AI 전선에서 거침없이 몸을 풀고 있다.
◆ 제미나이까지 얹은 AI 퍼즐
오라클이 구글과 손잡고 제미나이 모델을 자사 OCI(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에 탑재하겠다고 나섰다. 고객들은 곧 오라클 제너레이티브 AI 서비스에서 고성능 멀티모달 AI를 직접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메타의 라마, X의 그록, 코히어까지 포트폴리오에 담은 오라클이 이제 구글 제미나이까지 올리면서 ‘AI 모델 종합선물세트’ 같은 그림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미묘한 관계
관전 포인트는 오픈AI다.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프라 차원의 협력을 이어오고 있고, 오픈AI와는 스타게이트 협력을 맺고 있다.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돌아가는 오픈AI 서비스를 과연 오라클 클라우드에도 올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된다면 오라클은 구글·메타·X·코히어·오픈AI를 모두 품은 ‘빅테크 AI 백화점’이 된다. 된다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 한국 시장에서의 아이러니
정작 한국 시장은 아이러니하다. 오라클 엑사데이터 머신이 AWS, 구글 클라우드에는 올라가는데, 가장 먼저 협력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는 선뜻 올리지 않는 모양새다. 내년에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가 AWS에서 본격 가동되면 “엔터프라이즈도 AWS에 올려라”는 뉴스가 한국 IT업계에서 쏟아질지도 모른다. 오라클이 그토록 강조해 온 ‘미션 크리티컬 워크로드’의 무게가 AWS 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이다.
◆ 오라클을 보는 두 개의 시선
글로벌에서 오라클은 AI와 클라우드를 엮으며 주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오라클 라이선스는 너무 비싸다”는 푸념이 앞선다. 가격 논란에 묻혀 혁신적인 행보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큰 그림을 놓치면 곤란하다. 후발주자가 어떻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지, 오라클은 지금 몸소 보여주고 있다.
◆ 스타트업의 도전과 맞물리며
같은 날, 국내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AWS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흥미로운 건 이 회사가 오라클 GPU를 활용해 모델을 학습시켜 왔다는 점이다. AWS 투자와 오라클 인프라 경험이 묘하게 겹치며, ‘소버린 AI’ 논의 속에서 LG AI연구원의 엑사원과 함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 AI 월드를 앞두고
추석 이후 열릴 ‘오라클 AI 월드 2025’는 메시지가 분명할 것이다. “어떤 클라우드를 쓰든, 데이터베이스의 이름은 오라클”이라는 선언 말이다. 클라우드 시장에 10년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가 어떻게 유연함으로 승부하는지, 그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