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열린송현녹지광장에 건축가 조정구가 설계한 ‘한옥 파빌리온’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9.1.(금)부터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측 공간(종로구 사간동 97-2)에 <한옥 파빌리온 ‘짓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도시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고민하고 세계 여러 도시와 건축분야 문화를 교류하는 서울시 주최 국제행사로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를 주제로 오는 10.29.(일)까지 열린다.
<한옥 파빌리온 ‘짓다’>는 한옥 이전의 집 또는 우리의 의식 깊숙이 잠겨 있는 ‘집’에 대한 감각을 소환, 파빌리온이라는 ‘공간장치’를 통해 집의 원형에 대한 기억을 찾아간다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제작에는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 등을 수상한 조정구 건축가, 한옥건축명장 정태도 대목, 조경 전문가 한규희 등이 참여했다.
서울비엔날레 주제관인 ‘하늘소(所)’ 서쪽에 지름 18m, 높이 3m 규모로 들어선 <한옥 파빌리온 ‘짓다’>는 ‘바깥’이라는 불안한 외부 환경과 삶을 감싸고 보호하는 듯 안온한 ‘내부’ 공간이 대비되게끔 조성됐다.
파빌리온은 보통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산자’가 지붕과 벽체 전체를 덮고 있어 밖에서 보기에 마치 거대한 광주리를 엎어놓은 듯한 흥미를 준다. 성기게 얽힌 ‘산자’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을 통해 송현동에 내려앉은 가을의 운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 산자(橵子) : 지붕 서까래 위나 고미 위에 흙을 받쳐 기와를 이기 위하여 가는 나무오리나 싸리나무 따위로 엮은 것. 또는 그런 재료.
안으로 들어서면 숲처럼 고요한 공간 속 둥글게 열린 천장 아래 구들마당이 자리하고 있다. 낮에는 해의 움직임에 따라 위치가 변하는 둥근 그림자를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밤에는 어둠 속 불 밝힌 연등처럼 교교히 떠오른 달 아래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파빌리온에 사용된 목재․초석․구들 등은 ‘폐기물 없는 서울비엔날레’라는 목표에 맞춰 다른 한옥에 사용되었던 오래된 부재를 재활용, 전시가 끝난 뒤에도 해체․이전하여 재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시는 비엔날레 폐막 이후 한옥 파빌리온의 공익적 활용과 다양한 재사용 방안을 모색하고자 관심 있는 기관․단체들의 문의 및 의견을 수렴(minspop9706@seoul.go.kr)할 예정이다.
<한옥 파빌리온 ‘짓다’>는 서울비엔날레가 막을 내리는 10.29.(일)까지 운영하며 시는 9월 중 파빌리온에서 작가와의 만남, 음악회 ‘한옥, 한 음(音)’도 개최할 예정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시민은 서울한옥포털을 통해 30명 선착순 신청하면 된다.
3일(일)에는 하동 한옥문화관, 은평한옥마을 낙락헌, 제주문학관 등을 설계한 건축가 조정구 소장을 만나 한옥 파빌리온에 대한 해설과 공간을 경험해 보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며, 22일(금)~24일(일) 3일 동안 매일 저녁 17시부터는 1시간 동안 플루트, 쳄발로, 현악 4중주와 판소리 등이 함께 하는 음악회가 열려 가을 저녁의 여유와 낭만을 선사한다.
한편 9.18.(월)~9.27.(수)에는 한옥의 가치와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옥 관련 전시․체험․투어 등을 진행하는 ‘2023 서울한옥위크’가 열린다. <한옥 파빌리온 ‘짓다’>를 비롯해 민간․공공한옥을 체험하는 오픈하우스, 토크콘서트, 협업 전시 등이 열릴 예정으로, 시는 향후 별도로 상세 일정을 안내할 계획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울 시내 대표적인 한옥밀집지역인 북촌에 위치한 ‘열린송현녹지광장’은 예부터 우리 고유 주거문화의 정체성이 스며있는 곳”이라며 “이번에 선보이는 <한옥 파빌리온 ‘짓다’>를 통해 우리 의식 아래 잠겨 있던 집에 대한 감각과 기억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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