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여야 합의 채택…AI 드라이브 속 쟁점 부각


이재명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수장으로 지명된 배경훈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15일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이로써 배 후보자는 이 정부 내각 중 가장 빠르게 청문 절차를 마무리한 인물이 됐다. 업계에서는 민간 AI 전문가 출신 장관의 등장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과학기술 정책의 ‘AI 쏠림’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선도 나온다.

배 후보자는 LG AI연구원장 재직 당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 개발을 이끌며 기업 현장 중심의 혁신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청문회에서 “2~3년 안에 주권 AI를 확보해 글로벌 3강에 진입하겠다”며 정부의 AI 경쟁력 강화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청문 과정에서는 과학기술계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과기정통부가 AI 중심 부처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초과학연구노조 등은 “다양한 연구개발(R&D) 분야와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기초과학·바이오 등 원천기술 분야에 대한 예산과 정책적 균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배 후보자는 “R&D 혁신 생태계를 복원하고 균형 잡힌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AI 기본법과 관련한 규제 논란도 청문회의 쟁점 중 하나였다. 산업계는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시민사회단체는 인권과 안전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배 후보자는 “AI 기본법 과태료 조항의 유예 등 규제보다 산업 진흥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간 출신인 배 후보자가 공공행정 경험이 부족해 정책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배 후보자는 “차관 등 내부 관료들과 협업해 실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류제명 2차관과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행정 및 연구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기용되며 ‘균형형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업계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정보통신·AI 업계는 “기업 현장 경험을 지닌 장관의 리더십이 국가 주도의 대형 AI 프로젝트 추진과 인재 양성에 탄력을 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배 후보자 지명 이후 LG그룹과 계열사 주가는 최대 12%대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LG 내부에서도 의료, 에너지, 모빌리티 등 AI 기반 신사업 확대와 정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반면 기초과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AI 중심 정책이 정부 과학기술정책의 균형을 해칠 수 있다”며 현장 연구자와 연구노조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배 후보자가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민간 혁신역량을 정책에 이식해 AI 중심의 정부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AI에 치우친 정책으로 다른 연구 분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기초과학·원천기술을 아우르는 균형적 R&D 생태계 조성과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계에서는 “배 후보자가 AI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속도만큼이나 방향과 균형이 중요하다”며 “AI와 비(非)AI 기술 모두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