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아닌 노동자의 피와 살” SPC 브랜드 불매운동 확산

- 어제 동료가 기계에서 죽었는데…빵 공장 기계 가동 계속됐다
- 올 초부터 이어진 SPC 불매운동 다시금 불 붙어
- “SPC 브랜드뿐만 아니라 SPC 식품 납품받는 기업도 불매하겠다”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10.20 18:38 의견 0

지난 15일 새벽 경기도 평택의 SPC 계열 빵 재료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뒤에도 다음날 기계 가동이 계속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히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것을 넘어 회사의 비상식적인 후속 대응에 대한 분노가 ‘SPC 불매’ 해시태그 운동 등으로 번지고 있다.

SNS 등지에서 SPC 브랜드 불매운동 확산

SNS에 공유되고 있는 SPC 브랜드 목록

15일 일어난 산업재해 사고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PC가 운영하는 브랜드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18일 기준 트위터에서 1만 6000건 넘게 공유된 게시물에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샤니, 삼립식품 등 베이커리·디저트 브랜드부터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 SPC 브랜드가 표로 정리돼 있다. 실시간 화제성 지표를 보여주는 검색창에도 ‘SPC 불매’, ‘불매운동’ 등의 키워드가 올라왔다.

SPC를 대체할 품목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삼립·샤니 호빵 대신 다른 브랜드에서 나오는 호빵의 구매를 독려하기도 하고, 동네빵집이나 슈퍼 아이스크림, 시장 도넛 등으로 대체하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삼립에서 일부 햄버거 브랜드의 햄버거빵도 납품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패스트푸드점을 불매하겠다는 여론도 보인다.

한 익명의 트위터 이용자는 “그동안 느슨한 불매를 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SPC의 식품을 먹는다는 건 노동자의 피와 살을 씹어먹는 거다 싶어서 앞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노동자 사망 사고에도…SPC 빵 공장은 계속 돌아갔다

20대 노동자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 쪽의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숨진 노동자 A(23)씨의 동료들은 사고 당시 2인 1조가 아닌 단독 근무를 했다는 증언을 했다. 회사는 고용노동부가 안전장치가 없는 7대에만 작업중지를 명령했다는 이유로 사고 이튿날 남은 기계 2대의 가동을 곧장 재개했으며, 사고 현장을 목격하며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한 직원들 역시 업무를 계속해야 했다.

직장인 양태현(30) 씨는 “노동자가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목숨을 잃었는데 바로 공장을 가동시키는 행태에 소름이 끼쳐 불매를 결심하게 됐다. SPC 브랜드 앱인 해피오더 앱도 바로 지웠고 동네 작은 빵집이나 카페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주연(47) 씨 역시 “이번 사고와 관련한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뉴스를 보다보니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SPC와 관련된 것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지경이다”라며 불매 의사를 내비쳤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SPC 불매운동에 불 지펴

한편 SPC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단식을 계기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 대한 노조탈퇴 회유와 승진차별 등 회사 쪽의 부당노동행위가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SNS에서 불매를 독려했다. 대학가에서는 불매 대자보가 붙여지고, 학내 이벤트 상품에서 SPC 브랜드 기프티콘 등을 제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직장인 김유진(31) 씨는 “SPC 브랜드가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은 물론 지인에게 선물 받은 기프티콘도 SPC 브랜드가 많으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불매를 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해 시작한 불매운동이 역설적으로 소속 노동자와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칠 것 같아서 안타까운 점도 있으나 SPC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제대로 된 노동환경을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A(23)씨는 지난 15일 새벽 경기도 평택시의 빵 재료 제조업체인 SPL 공장에서 냉장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를 만들던 중 재료를 배합하는 교반기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 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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