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6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이 정부의 제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도약’ 실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배 장관은 LG 인공지능연구원의 초대 원장을 지낸 국내 대표 AI 전문가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는 AI 대전환의 적임자가 드디어 정책 전면에 나섰다는 기대와 함께, 기술 쏠림 현상으로 인한 산업 생태계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배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국가적 AI 대전환, 이른바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를 선언하며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산업 전환의 방향을 명확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AI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만큼, 이번 인사는 ‘AI 초강국’ 실현의 첫 발을 내디딘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배 장관의 장점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부분은 AI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 기술 기반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현장 경험이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배 장관이 업계와의 소통에 강점을 가진 전문가이며, 산업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다양한 산업계 관계자들이 “배 장관은 AI 생태계 구축에 확실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동시에 제기되는 비판과 우려 역시 작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AI 정책 쏠림’으로 인해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산업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예산과 정책의 대부분이 AI에 집중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기반 기술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T서비스 및 클라우드 업계는 이러한 구조를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며, AI 중심 정책이 지속되면 결국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T서비스산업협회의 채효근 부회장은 “AI 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기반 산업이 먼저 튼튼해야 한다”며 “정책이 원칙에 기반하고 산업 전반의 균형 있는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산업협회 역시 “현재 정부의 예산은 AI 개발에 치우쳐 있으며, 이에 비해 인프라 확충과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은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고 진단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GPU 등 고성능 인프라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 보안 및 데이터 관리 체계 정비 등이 함께 추진되지 않는 한, ‘AI 강국’이라는 목표는 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학계에서는 기술 중심의 ‘AI 대전환’이 단순히 알고리즘이나 모델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정책 설계와 산업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배 장관이 제시한 ‘2026년까지 주권형 인공지능, 즉 소버린 AI 구축’ 목표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산 데이터 확보, 국산 인프라 강화, 반도체-소프트웨어 융합 기술 육성, 민관 협력체계 마련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계 전문가들은 첨단 AI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R&D 투자와 인재 양성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AI와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산업 간 연결고리를 촘촘히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 실제 산업과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적 실행력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배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는 단순한 AI 기술 육성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번 인사는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기술·산업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첫 시험대가 된 셈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와 AI 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관 협력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또 인재와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 발전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느냐가 향후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배 장관이 보여줄 리더십은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진정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미 업계는 “AI만 바라보고 가서는 안 된다”며 경고하고 있으며,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감 있는 정책과 현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이야말로 배 장관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는 기술의 진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산업 전반과 사회에 얼마나 건강하게 녹아드는가에 달려 있다. AI 초강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목표가 허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부터 구조적 전환과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