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정부 제1호 공약인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실현하겠다”며 AI 생태계 강화와 연구개발(R&D) 혁신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행력과 민관 협력의 정교한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장관으로 임명된 배 장관은 17일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다가오는 혁신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며 “AI와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국가 대전환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배 장관이 제시한 향후 정책 방향은 ▲AI 생태계 구축 ▲R&D 혁신생태계 복원 ▲AI·과학기술 인재강국 실현 ▲국민생활 밀착형 과제 추진 등 크게 4가지다.

특히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가 AI컴퓨팅센터와 차세대 슈퍼컴퓨터 6호기를 조속히 완성해 세계 수준의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제도적 기반인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내에서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품질 학습데이터가 집약된 국가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AI 기본사회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위축된 R&D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복안으로는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기초연구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폐지됐던 풀뿌리형 기본연구를 복원하고 청년 과학기술인의 성장을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배 장관은 “모든 국민이 단절 없이 AI에 접근할 수 있는 ‘모두의 AI’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포용적 AI 확산에도 방점을 찍었다.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국내 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목표로 삼을 수준을 세계 최고로 설정해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글로벌 수준에 대등한 국내 모델을 만들어 민간 기업과 국민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행·속도가 관건… 민간 주도 보완해야”

AI 및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배 장관의 비전과 정책 방향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실행력과 속도, 민간의 주도적 역할 확보가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대학 연구소장은 “국가 AI컴퓨팅센터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은 AI 인프라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막대한 비용과 운영 효율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보여주기식 성과’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AI 담당 임원은 “국내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면서도 “민간 기업이 주도할 생태계 속에서 정부는 조력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정책이 또다시 정부 주도 방식으로 기울면 시장의 자생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풀뿌리형 기초연구 복원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과거에도 비슷한 취지의 정책들이 있었지만, 현장 연구자가 체감할 만한 유연성과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해 흐지부지됐다”고 했다.

향후 과제와 따끔한 조언: “AI 대전환, 구호 아닌 전략 필요”

배 장관 앞에는 거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민관 협력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며, 실행력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데이터·인재·인프라 삼각축 강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혁신 실험 지원 ▲민간 기업과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AI 기본사회 실현은 단순히 선언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흔들리는 정책 대신, 10년 단위의 일관된 전략을 설계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와 우려 교차… 첫 단추 잘 꿰야”

배 장관의 취임과 함께 정부의 AI·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에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정책이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크다.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야심찬 비전이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배 장관의 리더십과 정책 추진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