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지에서 시작된 역대 최고의 폭염이 가뭄으로 이어지면서 세계는 기후 위기를 직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 것과는 다르게 남부지방에는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영산강 수계 용수댐인 평림댐이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환경부는 가뭄 단계로 관리하고 있는 남부지방 댐 11곳 가운데, 이번 평림댐을 포함해 모두 2곳이 가뭄 ‘심각’ 단계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평림댐 유역에는 올해 1월부터 이달 22일 오전 77시까지 모두 544mm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예년과 대비할 때 5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를 통해 가뭄이 극심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데, 가뭄은 세계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럽
23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도이치벨레에 따르면 유럽의 약 3분의 2가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과학·지식 서비스 기관인 공동 연구 센터(Joint Research Centre)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대륙의 47%는 토양 수분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토양 수분, 식생 스트레스 모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고, 앞으로 몇 달 동안 조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요하네스 바르게(Johannes Bahrke) EC 대변인은 "지금 가뭄이 최소 500년 동안 최악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뭄으로 인해 스페인, 체코,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강이나 호수 등의 수면이 낮아지며 새로운 유적지와 침몰 군함 등 발견됐다.
스페인 서부 가세레스주의 타구스강의 수맥이 흐르는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서 선사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백 개의 돌기둥이 나타났다. 이베리아 반도의 건조한 날씨로 호수의 수면이 기존 대비 28%까지 내려가자 노출되었다. 이는 ‘과달페랄의 고인돌’(Dolmen of Guadalperal)로 명명된다. 이탈리아에서도 로마의 티베르강이 메마르자 로마 제국 시절 네로 황제가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가 노출되었다.
아메리카
미국 텍사스의 말라붙은 계곡 바닥에서 약 1억1300만 년 전 공룡이 남긴 발자국 발견되었다. 이는 키가 4.5m에 육박하는 육식공룡 '아크로칸토사우루스(Acrocanthosaurus)’와 18m에 달하는 '사우로포세이돈Sauroposeidon)’의 발자국이다. 강물과 침전물 아래 숨겨져 있다가 기록적인 가뭄에 의해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브라질에서는 가뭄, 서리 등 악천후의 영향으로 브라질 커피 작황이 나빠졌다. 2년 전 브라질 아라비카 커피 수확량이 4천870만 백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커피 수확량은 3천570만 백에 불과할 것이라고 올해 초에 예상되었다.
아시아
중국 장시성에 있는 중국 최대 담수호 포양호수가 가뭄으로 인해 면적 중 4분의 3이 바닥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양쯔강도 수위가 급감해 강바닥이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양쯔강의 수위는 지난 5년간 평균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름철 기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이다. 가뭄으로 인한 낮은 수위는 전력난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중국 수리부에 따르면 쓰촨, 충칭, 후베이, 후난 등 창장 유역 6개 성·시에서 83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농작물 64만500㏊가 가뭄 피해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큰 가뭄 뒤에는 큰 지진이 온다."는 '한진이론(旱震理論)'이 확산되고 있을 정도로 가뭄에 의한 공포가 크다. 또한, 유럽에서는 가뭄으로 가스비 등 공과금이 폭등하였고 수력과 원자력도 피해를 입었으며 세계 경제도 위태로워졌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올해의 큰 가뭄을 세계 기후 재난의 예고편으로 간주하고 있다.
동경민, 안채원, 양혜원 기자 (에디터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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