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차세대 언어모델 ‘R2’의 출시를 CEO의 판단으로 전격 연기했다. 성능 부족이라는 이유다. 이 결정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과 맞물려, 중국 내 AI 모델 개발에 대한 현실적인 제약을 드러낸다.
“CEO가 직접 제동 건 출시”… 성능 미달 판단
The Information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의 CEO 량원펑(梁文峰)은 R2 모델의 성능에 만족하지 못해 공개 출시를 보류했다. 당초 5월 공개 예정이었던 R2는 다국어 지원과 코딩 기능이 강화된 차세대 모델로, 딥시크의 오픈소스 추론모델 R1의 후속작이다.
딥시크는 수개월간 R2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량 CEO는 “출시를 강행하기보다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완성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기다리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칩이 없다”
량원펑 CEO는 “자금 문제가 아닌, 고성능 GPU 칩 수급의 문제가 우리의 가장 큰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인해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경쟁사 대비 4배의 연산력 불리함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딥시크는 자사 R1 모델 운영에 엔비디아의 H20 칩을 사용해 왔으나, 4월 미국 정부의 추가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H20 칩조차 중국으로의 판매가 금지되었다. 이는 중국 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허용된 AI용 GPU 칩이 막힌 셈이다.
R2는 성공할까? … 클라우드 업체들 “감당 못할 수도”
딥시크는 R2 모델 배포를 위한 기술 사양을 중국의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과 사전에 공유해 왔다. 그러나 업계는 R2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경우, 이미 부족한 칩 자원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병목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AI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내에서, 제한된 리소스를 놓고 경쟁이 심화되면 오히려 출시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R1의 예상 밖 성공… R2는 이어받을 수 있을까
딥시크는 R1 모델을 600만 달러 미만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성능 대비 비용 효율성에서 미국 경쟁사들을 자극한 바 있다. R1은 오픈소스로 배포되어 OpenAI와 같은 폐쇄형 모델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드러냈고, 일부 중국 AI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R2는 R1보다 훨씬 더 높은 품질과 안정성을 요구받고 있으며, 딥시크의 자체 판단과 외부 리소스 제약이 맞물리며 당분간 출시 일정이 불투명할 전망이다.
임지윤 기자 dlagyo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