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더라” 과거 도난됐던 불화 2작품, 조계종 품으로 돌아갔다

- 김미경 문화재위원, 도난 문화재 찾아냈다… 지정문화재 신청으로 존재 확인
- 도난됐던 불화 「독성도」ㆍ「신중도」 회수하여 조계종에 반환
- 문화재청 특별사법경찰, 직접 수사 확대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09.09 22:19 의견 0

과거 도난됐던 불화 2작품이 조계종에 반환된다. 지난 5일 문화재청은 1987년 도난됐던 대구 달성군 용연사 불화 ‘독성도’와 2000년 도난됐던 구례군 천은사 불화 ‘신중도’를 회수해 조계종에 반환한다고 밝혔다. 독성도는 35년만, 신중도는 22년만의 귀환이다.

(용연사 독성도. 사진 제공=문화재청)

지난해 8월, 문화재청 김미경 문화재위원은 부산 백운사가 보유하고 있었던 ‘독성도’의 문화재 지정 신청건에 대해 현장 감정을 나갔다. 김미경 문화재위원은 백운사 불화 ‘독성도’에 그려진 독성(혼자 깨우쳐 성인이 된 사람)의 독특한 얼굴 묘사를 보고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미경 문화재위원은 백운사 방문에 이어 경남 거제 대원사에 문화재 지정신청 현장 감정에 참여했다. 김미경 문화재위원은 “‘신중도’를 보고 또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던 중, 그림 아래 제작 시기와 제작자, 소장처 등을 적어두는 화기 중 일부가 지워진 흔적을 발견하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품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도난당했던 독성도와 신중도는 과거 우연한 기회에 이를 기증받아 소유하고 있던 태고종 사찰인 부산 백운사와 거제 대원사가 각각 지난해 8월 해당 불화를 시·도지정문화재로 신청함에 따라 문화재청에서 이를 지정조사하는 과정에서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독성도’는 본래 대구 달성군 용연사의 극락전에 봉안됐던 불화로 경북 청도 적천사의 백련암에 봉안된 후 조선말 암자의 폐사로 인근 용연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불화 하단에 적힌 묵서에 의하면 제작된 시기는 1871년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불화는 환수 당시 대원사 내 차방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소장 경위는 평소 백운사와 교류가 있던 진기스님으로부터 2018년 입적하기 전에 기증받아 소장하게 됐다는 것이 백운사 측의 주장이다.

(천은사 도계암 신중도. 사진 제공=문화재청)

‘신중도’는 천은사 도계암에 봉안됐던 불화로, 불화 하단에 적힌 묵서에 의하면, 제작된 시기는 1897년이다. 출처가 기록된 부분만 의도적으로 훼손을 시도했던 흔적이 확인됐으며 불화에 있는 ‘천은사 도계암’ 글자는 의도적으로 지워진 것으로 보임. 이는 도난 이전 1998년 성보문화재연구원이 불화집을 만들며 조사한 기록이 있어 훼손 사실 확인이 가능했다. ‘천은사 도계암’을 문질러 지운 자리는 회색 보풀이 일어난 흔적이 뚜렷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불화는 백운사 내 삼성각에 보관되어 있었으며 소장 경위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명인박물관으로부터 2019년 11월 기증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미경 문화재위원은 “도난 문화재 사진은 평소에 워낙 많이 봐서 머릿속에 담겨있는데, 현장에서 ‘어디서 봤더라?’ 하는 느낌이 시작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10년 넘게 감정을 다녔지만 도난 문화재를 발견하는 일은 흔치 않고, 한 달에 두 건의 도난 문화재를 찾아낸 건 처음”이라며 유례없는 일임을 밝혔다.

백운사와 대원사의 각 주지스님들은 해당 불화가 도난문화재라는 것을 알게 되자 "탱화는 신앙의 대상으로, 지금이라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앞으로 불교문화재가 도난당하는 일이 없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는 뜻을 밝히며 대한불교조계종 측에 기증의사를 밝혔다. 조계종은 9월 6일 오후 2시 조계종 총무원(한국불교역사기념관)에서 환수 고불식(부처님 앞에 알리는 행사)을 개최했다.

2000년 ‘신중도’가 도난된 후 명인박물관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은 현재 수사 진행 중이다. 그동안 도난 문화재 수사를 경찰과 공조해 진행해 온 문화재청 특별사법경찰은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직접 수사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공소시효가 끝나 사법처리가 어려운 도난 문화재나 선의로 취득한 도난문화재라도 지속적인 설득과 합의를 유도하겠다”라며 문화재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 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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