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어려워요” 부산국제영화제서 소외된 디지털 취약계층

- 부산국제영화제, ‘실버 부스’ 폐지하고 온라인 위주 예매 시스템 도입
- 디지털에 취약한 노년층은 표 구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기도
- ‘실버 부스’ 폐지에 대해 ‘암표’ 가능성 들었으나 온라인도 다르지 않아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10.13 12:08 의견 0

이번 달 5일부터 14일까지 아시아 최대 영화 시상식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시스템이 온라인 위주로 운영되면서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공식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공=BIFF 사무국)

올해 열린 2022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과 폐막식 등의 행사는 온라인에서만 티켓을 판매하고, 오프라인 예매는 진행하지 않았다. 개막식과 폐막식 상영장을 제외한 일반 상영작의 경우 온ㆍ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했지만,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매진되면서 현장에서는 잔여 좌석 표가 없어 티켓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손자ㆍ손녀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박모(73) 씨는 “(경기도) 용인에서 부산까지 찾아온 손주들이랑 영화를 관람하고 싶었지만 대부분 매진이라 표를 구할 수 없었다. 예매를 안 하고 왔으니까 힘들 거란 건 알았지만 서운하긴 하다”고 말하면서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온라인 예매가 힘들지 않나. 현장에서도 티켓을 구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영화제는 일정 비율의 현장 티켓을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예매를 진행했다. 지난달 폐막한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프라인 70%, 온라인 30%로 표를 배분해 판매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도 현장에서 일정 비율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온ㆍ오프라인 예매를 동시에 진행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올해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와 마찬가지로 모든 좌석을 온라인으로 판매했지만, 전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전 매표소를 열고 전체 표의 20%는 현장에서 먼저 예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암표거래에 악용되는 실버부스

디지털 취약계층 소외와 관련하여 지적을 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도 과거에는 ‘실버 부스’를 운영해 노년층의 현장 예매를 도왔다. 그러나 해당 부스가 암표 거래에 악용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장ㆍ노년층 오프라인 예매 부스인 ‘실버 부스’를 폐지했다.

그러나 ‘실버 부스’의 폐지 사유였던 암표 거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터넷 예매처를 통해 원가에 구매한 티켓의 가격을 올려 파는 이른바 ‘프리미엄 표’ 등 많은 악용 사례가 있다. 온라인 악용 사례 역시 충분히 있음에도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오프라인 예매를 무작정 폐지시킨 것이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거의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는 김모(66) 씨는 “점점 예매하기가 힘들어진다. 예전에는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실버 부스’가 있어 좋았는데 그게 없어진 뒤로는 아들에게 예매를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지적받은 사항을 고려하여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예매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서포터즈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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