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말고 별자리는?"
이 질문은 요즘 2030 세대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점성술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상징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점성술 콘텐츠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24년 한 조사(The Harris Poll)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3분의 1이 점성술 콘텐츠와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있으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도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점성술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 속 자신을 정리하고, 감정이나 상황을 해석하려는 심리를 기반으로 점성술 콘텐츠를 일상 속 루틴처럼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점술 시장은 약 4조 6,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AI 서비스, 유튜브·틱톡 기반 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점성술 소비가 젊은 세대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점성술은 이제 단순히 '운세'가 아니라 심리적 위안이나 자기 이해의 도구로 소비된다. 2020년대 이후, 점성술은 MBTI와 함께 자기 탐색의 언어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의 별자리 운세'는 출근길 루틴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자, 마음의 균형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운세 앱의 이용이 크게 늘었다.

또한 점성술은 단순 예언을 넘어 자기계발의 일환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별자리 성향을 통해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연애와 커리어의 방향을 고민하며, 심지어 재정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Z세대 일부가 별자리와 타로를 주식과 암호화폐 거래 타이밍에 활용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주·궁합·풍수 등의 동양 점술이 강세였지만, 요즘 세대는 사주 앱과 서양 별자리를 병행하며 실용적인 통찰을 얻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점술 콘텐츠는 텍스트를 넘어 AI 음성 상담, 영상 콘텐츠, 디지털 연감까지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트렌드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점성술적 요소가 접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커피 브랜드 바나프레소는 주문한 음료 컵에 '오늘의 운세'가 랜덤 인쇄된 라벨을 부착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라벨은 단순한 음료 경험에 재미와 긍정 에너지를 더해주며, 특히 출근길 직장인과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를 SNS에 인증하거나, '운세 라벨 모으기' 같은 개인 챌린지로 확장해 브랜드와의 감성적 연결을 즐기고 있다. 해당 브랜드는 앱을 통해 '오늘의 한마디'를 친구나 동료에게 보내는 기능도 제공해, 일상 속 운세 콘텐츠의 문화적 확산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결국 점성술을 소비하는 이들의 진짜 니즈는 "정답"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에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이야기다. 점성술은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익숙하고도 새로운 언어가 되고 있다.

오늘도 포털 첫 화면에서 별자리 운세를 확인했다면, 당신도 이미 이 시대의 점성술 소비자일지 모른다.

임지윤 기자(dlagyo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