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한때 ‘코딩만 배우면 억대 연봉’이라던 개발자 직군의 취업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AI 기반 코딩 도구가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 복잡한 분석과 설계까지 대체하며, 저연차·저숙련 개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신규 채용 대신 AI 솔루션 도입을 선택하는 추세다.


개발자 채용 시장의 한파

실제 데이터로 개발자 구인난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취업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T 개발 직무의 신입 채용 공고는 5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95건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채용 공고에서 신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4.4%에 그쳤다.
인사채용 플랫폼 사람인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 신입 개발자 구인 공고 건수는 1년 전보다 18.9%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경력직 공고 감소율인 5.3%와 비교하면 그 하락세가 훨씬 가파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취업 걱정 없이 대기업을 골라 가던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AI가 만드는 업무 효율성

이러한 신입 개발자 채용 감소는 생성형 AI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중소 IT 기업들이 신입 개발자를 채용하는 대신 엔트로픽의 '클로드 코드'와 같은 생성형 AI 코딩 도구를 추가로 구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신입 개발자를 채용해 업무에 완전히 투입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교육 기간과 수백,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며 "하지만 월 200달러 수준의 AI 도구 하나만 있으면 중급 개발자가 고급 개발자 수준의 생산성을 낼 수 있어 신입 채용의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AI의 높은 생산성은 이미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컴퓨터과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 대졸자의 실업률이 생물학이나 미술사 전공자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조사되기도 했다.

살아남기 위한 개발자의 새로운 역량
단순히 코딩만 잘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 벤처기업의 중견 개발자는 “AI가 어지간한 개발자보다 코딩을 더 잘하니, 이제는 기술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AI에 필요한 자연어 프롬프트를 효과적으로 작성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기술이 개발자의 역할을 코딩이라는 기능적 작업에서 문제 해결이라는 상위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제 개발자는 AI를 도구로 활용해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AI 조련사' 또는 '시스템 설계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협업 능력, 비판적 사고,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개발 시장의 미래와 전망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AI로 눈을 돌리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적관리 플랫폼 딜이 국내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2.5%는 AI가 더 높은 효율을 입증할 경우 인력 채용을 AI로 대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는 신입뿐만 아니라 기성 개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40대 개발자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나가면 다시 취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기술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개발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새로운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