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노동 부담 해방? 北 ‘밥공장’ 인기에도… “식사 준비 주체는 여성 몫”

소제목
- 1968년부터 시범운영 후 밥·국·반찬류 등 이동 판매도
- 봉건적 구속 해방 사례로 선전하지만 북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낮아
- ‘밥공장’ 인기에도 식사 준비의 주체는 여성 몫이라는 인식 드러내

메이커스저널 승인 2022.10.10 11:44 의견 0
(제공=조선신보)

조선신보가 북한 평양에서 ‘돌밥돌밥’(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의 준말)에 지친 여성을 위한 이동봉사매대 ‘밥공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평양시 중구역 교구동의 ‘중구역종합식당 교구밥공장’에 대해 보도했다. 이 공장은 밥과 국수, 떡, 빵을 비롯해 각종 국과 반찬류, 가공 부식물 등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침 식사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에 판매원들이 이동식 차량에 음식을 싣고 동네 곳곳을 돌며 식료품을 파는 식이다. 명절이나 주말에는 전화 주문도 가능하다.

평양시 중구역 교구동 주민 김영희(38) 씨는 조선신보에 “이동봉사를 해주니 직장 출근이 바쁜 세대들은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며 “더욱이 내가 집에서 만든 국이나 반찬보다 맛있어 가족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1968년 2월 김일성 주석이 평양의 맞벌이 여성들을 위해 밥공장 시범 운영을 지시하면서 그해 말 평양 중구역 중성동에서 첫 운영에 들어갔다. 이후 1970년 11월 노동당 제5차 대회에서 김 주석이 “여성들을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해야 한다”고 지시함에 따라 밥공장이 평양시 중심의 각 지역에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북한 여성들의 가정 내 지는 낮은 편이다. 북한 당국은 ‘밥공장’ 등의 조치가 여성들을 봉건적 구속에서 해방한 사례로 선전하고 있지만, 일차적으로 어머니로서 중요하다는 여성차별적 관념이 사회 곳곳에 스며 있다는 점이다. 공공 세탁소가 설치되고 밥공장과 같은 이동봉사매대 등이 확산됐어도 가사와 양육의 1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신보의 이날 보도에도 식사 준비를 하는 주체를 “직장에 다니는 가정부인들”과 “여성”이라고 소개해 집안일이 여성 몫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공개된 탈북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사 분담 현황을 묻는 항목의 응답자의 68%는 ‘아내가 전담한다’고 답했고, 13%는 ‘주로 아내가 한다’고 답해 전체 80% 이상의 여성이 가사 노동을 떠맡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이 생계 부양 주체였다는 응답 역시 47%로 남성이 생계 부양 주체라는 응답(37%)보다 높았다.

양혜원 기자 (에디터 서포터즈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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