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녹색이 다시 한 번 대중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5월 22일 보라매공원에서 개막한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행사 10일 만에 111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달성했다. 행사 11일째인 6월 1일 기준 누적 관람객 수는 이미 124만 7천여 명에 달한다.
올해 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인 12만 평(40만㎡) 부지에 조성되었으며, 시민부터 정원작가, 기업, 기관, 지자체, 학생, 외국인까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111개 정원이 공개됐다. 특히 올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시민참여형, 민관협력형, 자치구 특색형 정원이 대거 선보이며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정원, 그 자체가 핫플이 되다”
개막 주말부터 보라매공원은 ‘서울의 정원 성지’로 떠올랐다. 현장 곳곳은 사진을 찍는 시민들, 정원 해설 도슨트에 귀 기울이는 가족들, 체험 부스를 체험하려는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포켓몬의 인기 캐릭터 ‘메타몽’을 테마로 한 ‘포켓몬 가든’은 특히 어린이와 MZ세대 관람객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전시는 6월 22일까지 팝업 형태로 운영된다.
SNS에는 “하나하나 독특하고 예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20년 다닌 공원이 이렇게 좋아질 줄이야”, “가족 누구를 모시고 와도 만족할 행사”라는 후기가 넘쳐난다. 박람회가 만들어낸 정서적 만족감은 인접 상권의 실질적 활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원, 경제를 움직이다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를 단순한 녹색 전시가 아닌, 지역과 상생하는 복합 소비 공간으로 기획했다. 현장에는 정원 마켓, 플리마켓, 도농상생장터, 사회적기업 부스 등 지역경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었고, 관람객들은 스탬프 투어를 통해 지역 상권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그린 인프라의 도시 확장 전략
박람회는 10월 20일까지 진행되며, 그 안에는 음악 공연, 정원 해설, 캠핑, 웨딩, 그리고 국제 학술행사까지 연이어 개최된다. 서울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서남권의 '시민대정원' 거점을 조성한 데 이어, 차기 개최지는 서울숲으로 예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전역에 정원 인프라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정원의 철학적 의미를 되묻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꽃구경이나 조경 전시를 넘어, "제3의 자연(The Third Nature)"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경계, 도시 속에서 자연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식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원에 담긴 메시지와 작가의 의도를 해설사와 함께 사유하며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정원동행투어 등)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메이커스저널은 이 박람회를 통해 파생된 물음, “정원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을 추가로 진행했다. 그 결과, 정원은 단지 ‘예쁜 공간’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본질적 관계 회복의 공간
울타리 안의 자연은 도시화된 인간에게 본질 회복과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
▶ 이상향과 내면 세계의 구현
정원은 에덴동산처럼 이상향을 현실에 구현하려는 인간의 상상력과 노력이 담긴 공간이다.
▶ 사유와 성찰, 창의력의 원천
고대 철학자들이 그러했듯, 정원은 창의적 사유를 자극하는 일상의 철학 공간이다.
▶ 문화와 시대정신의 반영
각 시대 정원은 해당 사회의 이상과 가치, 미의식이 투영된 문화유산이다.
▶ 치유와 전인격적 힐링의 장소
정원은 실제로 의료처방에도 활용될 만큼, 정신 건강에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 경계와 비밀, 욕망의 상징
정원은 이상향과 동시에 비밀스럽고 고립된 욕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정원문화 확산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 생태 회복력, 로컬경제 활성화까지 아우르는 종합 도시 프로젝트로서, 메이커스저널이 주목하는 녹색 미래 도시 전환의 실험장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