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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통상정책과 한국의 현실적 선택
2025년 7월 말 타결된 한미 무역합의는 단순한 관세 조정 수준을 넘어 향후 수년간 한국의 산업 구조와 소비자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통상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하며, 그 파급력은 관세 수치 너머의 구조적 변화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관세 15% 시대 개막…한국 수출 산업 ‘경고등’
당초 우려되던 25% 관세 부과 대신 15%로 조정된 이번 합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기존에 무관세로 수출되던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관련 업종의 수익성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통상전문가 박정우 연구위원은 “관세가 15%로 낮춰졌다고 안심하긴 이르다”며 “기업 실적에는 실질적인 부담이 될 수 있고, 소비자 물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전자, 직격탄…조선·에너지, 반사이익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 연간 약 100만 대를 수출하는 가운데, 업계는 관세 1%당 약 1500억원의 손익 영향을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은 연간 4조원가량의 이익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가격 인하 압박과 마진 축소는 피할 수 없다. 특히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는 글로벌 추세 속에서 관세는 이중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선업계는 대미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펀드 수혜로 활력을 기대할 수 있다. LNG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한국 조선소의 기술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에너지 인프라 역시 미국산 LNG 도입 확대와 맞물려 장기적 투자가 예고된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새로운 ‘쌍방향’ 시대 예고
이번 합의에는 한국 측의 대미 투자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 총 35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은 국내 GDP의 약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중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 첨단산업 분야에 2000억 달러가 각각 배정될 예정이며, 대부분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이나 대출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전경련 국제산업센터는 “단기적으로는 재정적 부담이 아닌 금융 유동성 조치로 이뤄지겠지만, 장기적 회수 전략이 미흡하면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 생활에도 ‘조용한 변화’ 시작
한국차 가격은 미국 현지에서 상승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기업 내부에서 감내하거나,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LG전자나 삼성전자 같은 전자업체도 북미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가격이 3~5%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산 의약품을 사용하는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도 여파가 미친다.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수출기업들이 미국 내 가격 경쟁에서 밀릴 경우, 현지 병원과 약국에서의 처방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에너지 요금에 있어서는 긍정적 시그널도 있다. 미국산 LNG 수입 다변화는 기존 중동 및 호주 의존 구조를 일부 해소하고, 공급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 중심 고용 시장에도 여진
수출 제조업 중심의 고용구조는 일정 부분 재편이 불가피하다. 물류·운송업계도 미국 통관 비용과 절차 복잡성으로 인해 일부 위축이 우려된다. 반대로 조선, 반도체,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 내 일자리 수요 증가로 기술직 중심의 고용 확장이 기대된다.
한국산업연구원(KIET) 노동시장분석팀은 “향후 2~3년 간 기술 인력 양성 및 지역 대학과의 연계 강화가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와 기업의 대응…시장의 선택은 ‘속도전’
정부는 무역금융 확대와 함께 기업들의 기술혁신 및 현지화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제적 대응이 장기적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시장 다변화도 필수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EU의 탄소국경세(CBAM) 도입 등 새로운 통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 아세안, 인도 등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하다.
◆3단계 전망…현지화→협력→공급망 재편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환경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3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단기적 충격 (1~2년): 관세로 인한 수출 위축, 소비자 가격 상승, 성장률 하락
중기 적응기 (3~5년):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조선·에너지 협력 가시화
장기적 전환기 (5~10년): 기술 협력 기반의 한미 경제 파트너십 재정립, 공급망 구조 재편
서울대 국제대학원 이승훈 교수는 “이제 한미 관계는 단순한 교역을 넘어 기술, 안보, 에너지 등 전략적 차원에서 전면적인 재구성기에 들어섰다”며 “우리도 산업정책을 포함한 국가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결론: 위기와 기회의 교차로에서
이번 무역합의는 산업계와 정부, 국민 모두에게 도전 과제다. 하지만 25% 관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기회를 확보한 만큼, 이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경제 생태계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 기술력으로, 정부는 지원 정책으로, 국민은 변화에 대한 유연성으로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위기를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대응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할 때다.
참고자료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한미 무역합의 내용 및 영향 점검」(2025.07.31)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산업연구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인터뷰 및 분석 인용
트럼프 Truth Social 게시글 및 USTR 브리핑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