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hasm Catalyst
편집자주: 이 기사는 글로벌 컨설팅 업계의 AI 도입 현황과 그 파급효과를 심층 분석한 것입니다. 맥킨지앤컴퍼니를 비롯한 주요 컨설팅 회사들의 AI 전략, 인력 구조 변화,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다각도로 취재했으며, 업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최신 연구 데이터, 구체적 사례 분석을 통해 AI 시대 컨설팅 업계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특히 맥킨지의 직원 5,000명 감축과 12,000개 AI 에이전트 배치라는 전례 없는 변화의 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습니다.
작성 :익명의 빅4컨설팅펌 수석컨설턴트, 정리:편집장
세계 최대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가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실존적 변화’를 겪고 있다.
회사는 2023년 약 45,000명이던 직원 수를 현재 40,000명으로 줄이는 동시에 약 12,000개의 AI 에이전트를 배치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AI가 전통적인 컨설팅 업무를 대체하면서 나타난 전례 없는 변화로 해석된다.
맥킨지의 글로벌 경영파트너 밥 스턴펠스는 “머지않아 직원 1명당 AI 에이전트 1개를 보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계속 직원을 채용할 것이지만 동시에 에이전트도 계속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케이트 스메이지의 솔직한 고백: “실존적 위기이자 기회”
맥킨지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시니어 파트너 케이트 스메이지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솔직함을 보였다. “이것이 우리 직업에 실존적 위기인가? 그렇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실존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스메이지는 맥킨지 디지털 부문의 공동 리더로서 수십 년간 기업들의 디지털 변혁을 이끌어온 전문가다. 그의 이런 발언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는 “과거 디지털 변혁에서는 디지털 부분에 집중하기 쉬웠지만, AI의 경우 자연스럽게 인간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 업무 혁신의 구체적 현실: AI가 바꾼 프로젝트 구조
전통적으로 맥킨지의 전략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매니저 1명과 14명의 컨설턴트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프로젝트 매니저 1명과 2-3명의 컨설턴트, 그리고 몇 개의 AI 에이전트와 심층 연구 기능으로 충분하다고 스메이지는 설명했다.
맥킨지가 배치한 AI 봇들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봇은 직원들이 맥킨지 특유의 “날카롭고 간결하며 명확한” 어조로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또 다른 인기 에이전트는 컨설턴트의 논리 구조를 검증하고 추론 과정의 타당성을 확인한다. 이외에도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제작, 회의록 작성, 인터뷰 내용 요약, 연구 문서 정리 등 다양한 업무를 AI가 처리하고 있다.
◆ 업계 전문가 분석: 컨설팅 모델 자체의 근본적 변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디지털 전략 전문가들은 맥킨지의 변화가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선다고 분석한다. “AI가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컨설팅의 가치 창출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며 “정보 수집과 초기 분석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지면서 인간 컨설턴트는 더 높은 차원의 전략적 사고와 복잡한 이해관계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는 현재 맥킨지 매출의 40%를 차지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되었다. 이는 회사의 사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경쟁사들의 대응: BCG, 베인의 AI 전략
맥킨지의 경쟁사들도 유사한 변화를 겪고 있다. BCG는 자체 엔지니어링 팀인 BCG X를 통해 AI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클라이언트의 아이디어를 실제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는 AI 도입이 컨설팅 업계의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규제가 엄격한 업종에서의 AI 거버넌스 전문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 인력 구조 변화와 재교육 프로그램
맥킨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조직의 38%가 향후 3년간 인력 규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업무의 성격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연령대별 AI 적응도의 차이다. 35세에서 44세 사이 직원의 62%가 AI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을 보고했으며, 이는 18세에서 24세 Z세대의 50%나 65세 이상 베이비부머의 22%보다 현저히 높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가 AI 변혁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클라이언트 기대치 변화: 더 적은 인원, 더 빠른 결과
클라이언트들의 기대치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팀이 몇 주에 걸쳐 수행하던 분석 작업을 이제는 AI가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더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팀에서 더 빠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컨설팅 회사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맥킨지의 경제 구조는 비파트너 직원들의 청구 시간에 대한 상당한 마진에 의존해왔는데, 팀 규모가 축소되면서 이 모델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성과 기반 계약의 확산
맥킨지는 현재 전체 업무의 약 4분의 1을 성과 기반 계약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조언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프로젝트의 실제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파트너십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스턴펠스는 “우리는 고객의 조언자가 아닌 파트너가 되려고 한다”며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 제안으로 해석된다.
◆ 일론 머스크의 날카로운 지적
테슬라와 xAI의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X(구 트위터)를 통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기업 CEO들이 컨설턴트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이미 내린 결정을 ‘객관적 제3자’가 확인해주고, 잘못될 경우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는 아직 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는 컨설팅의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심리적 측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분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 전문가 진단: 변화 적응이 성패 가를 것
스탠포드 HAI(인간중심 AI 연구소)의 연구진들은 컨설팅 업계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이들은 “AI의 도입이 컨설팅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업계 생태계 전체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분석과 제안은 훨씬 더 정확해질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클라이언트의 행동 변화와 조직 구조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라는 순전히 인간적인 소통의 차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래 전망: 2030년까지의 노동 시장 변화
맥킨지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재 업무 시간의 최대 30%가 자동화될 수 있으며, 이는 생성형 AI의 가속화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대량 실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 STEM 관련 직종, 의료 서비스, 기타 고숙련 전문직에 대한 수요는 17-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반면 사무직, 생산직, 고객 서비스 직종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술적 혁신 사례: 리거시 시스템 현대화
맥킨지의 AI 활용 사례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대형 은행의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 프로젝트다. 400개의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기존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6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AI 에이전트들이 협력하여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을 문서화하고, 새로운 코드를 작성하며, 다른 에이전트의 코드를 검토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인간 작업자들은 감독 역할로 승격되어 각각 특정 목표를 가진 AI 에이전트 팀을 관리하는 새로운 업무 모델을 보여주었다.
◆ 리스크 관리와 거버넌스 체계
AI 도입 확산과 함께 새로운 위험 관리 체계도 구축되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13%가 AI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를, 6%가 AI 윤리 전문가를 채용했다고 답했다. 이는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전문 영역이 생겨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들의 AI에 대한 우려사항으로는 사이버보안 위험이 51%, 부정확성이 50%, 개인정보 보호가 43%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팅 회사들은 강화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100주년을 앞둔 맥킨지의 성찰
맥킨지는 올 10월 시카고에서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AI와 깊이 얽힌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적 시점이 될 전망이다.
100년 역사의 컨설팅 회사가 맞닥뜨린 가장 큰 변곡점에서, 맥킨지의 선택은 전체 컨설팅 업계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결론: 생존을 위한 진화
AI 혁명이 컨설팅 업계에 가져온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맥킨지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격차가 급속히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AI를 위협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전략적 사고, 복잡한 의사소통, 창의적 문제 해결 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의 미래는 기술과 인간의 협력 모델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차세대 컨설팅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맥킨지의 실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그 결과는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비즈니스 컨설팅의 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